솔트레이크시티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김동성 선수 건으로 흥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흘렀다. 그 때를 회상하며 그 때의 느낌을 여기에 적어본다.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 덕분으로 나는 90분 만에 선선한 가을에서 한겨울로 옮겨왔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솔트레이크시티에 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전혀 입지 않던 한겨울 옷을 모두 짐가방에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는 온통 올림픽 관계자들로 꽉 찼지만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의 시드니 공항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올림픽 기분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올림픽을 생각하면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있다.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선수이다. 양궁은 10번 활을 쏘아 합친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금메달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 선수는 여덟번째까지 가장 높은 점수를 확보해 모두들 이 선수가 당연히 금메달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홉번째와 열번째 성적이 부진하여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은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메달 시상식 후 기자 회견에서 한 기자가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녀는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답을 하였다. "금메달을 놓쳤다고 말하는 대신 은메달의 영광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떨지요." 우리 모두는 너무 결과만 중시하기에 이런 멋진 답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 후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한국팀의 반응과 동메달을 수상한 팀의 반응을 주시하였다. 은메달을 수상한 우리 한국팀은 겨우 은메달에 그쳤다고 울고 불고 난리이고, 동메달을 수상한 팀은 기뻐서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는데 그 광경이 얼마나 대조적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각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참가권을 획득한 선수 모두는 메달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미 승리의 영광을 안은 선수들이라고.
공부만 잘해 좋은 대학만 가면 애가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는 엉뚱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회에서는 금메달만 메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예를 들어, 부의 축적과 같은-하면 된다는 생각이 엔론 사태를 낳고, 그와 같은 예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해 과감히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이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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