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 손 바라보며 마음의 고통 털어놔
이유는 모르지만 전통 요법보다 효과 커
치료사가 눈앞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손끝을 바라보면서 고통스런 기억들을 되살리는 일은 도무지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거나 완화시킬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방법을 써본 사람이 수십만명이고 일부 심리학자 및 그 환자들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 치료법 EMDR(eye-move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에는 손의 움직임(혹은 손가락으로 치는 소리)과 말로 하는 명령이 수반된다. 환자는 치료사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 가면서 자기를 치료받으러 오게 만든 끔찍한 사건이나 문제에 관해 토론을 하는 것이다.
"EMDR은 순 엉터리 같아 보이지만 그 희한하게도 사람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칩니다"고 보스턴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 EMDR을 연구한 베셀 밴 데어 콜크 박사는 말한다.
한때는 주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 환자 치료용으로 쓰이던 EMDR이 요즘은 우울증이나 고독, 비행공포, 폐소공포증, 무대 공포 치료 같은 흔한 증상의 치료에도 사용될 정도로 보급됐다.
1987년에 캘리포니아의 심리학자 프랜신 샤피로가 처음 개발한 이 방법을 가르치는 웍샵에는 미국 내외에서 4만명이 넘는 치료사들이 참가했으며 이 방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이 기술을 가르치는 웍샵을 주최하는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그로브의 EMDR 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EMDR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후원하는 단체들 이름은 눈에 띈다. 이 나라 심리학자들의 제일가는 단체인 미국심리학회가 일반인들의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 효과적임을 선언했으며, 미국 최대의 HMO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넌티도 북가주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이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EMDR이 이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정신치료업계의 새로운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장기간을 요할 수도 있는 전통적인 대화요법 대신 비정상 반응을 일상적인 스트레스로 바꿔 놓으려는 인지행동 요법처럼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기술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환자를 더 신속히 돕는 것 같아 보이는 체험적인 기술들은 뇌의 화학반응 및 정신이 외상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지식에 힘입어 각광을 받게 됐다.
EMDR은 처음에는 PTSD 환자에게 사용됐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강간, 근친상간, 아동학대 피해자, 천연재해나 자동차 사고, 지진, 컬럼바인 고교나 오클라호마시 정부청사 폭파사건 같은 끔찍한 일을 겪은 이들이 그들이었고 지난해 가을 국방부와 세계무역센터 테러 공격 때에도 EMDR 치료사들이 워싱턴과 뉴욕으로 급파되어 생존자, 사망자 가족 및 구호요원들을 도왔다.
이 테크닉을 사용하는 치료사들은 이 방법은 사람들이 다시 그 끔찍했던 일을 되살리는 경험을 하지 않고도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는데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의 카이저 병원 심리학자 스티븐 마커스는 "EMDR이 전통적인 치료요법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카이저가 지원해 1997년도 심리요법 저널에 발표된, 마커스가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67명의 PTSD 환자에게 무작위로 EMDR이나 전통 치료법을 사용, 3회 치료 이후 시행한 검사 결과 전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 EMDR을 받은 환자는 50%가 더 이상 PTSD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또 치료가 완료된 후에도 전통 치료는 50%, EMDR은 77%가 그 병의 기준에 합당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MDR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조차 그것이 어떻게 정신적 외상의 영향을 경감시키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이 방법으로 서너 차례 치료를 받은 12명의 PTSD 환자의 뇌를 스캔해 본 결과 뇌 속의 감정과 기억, 충동을 통제하는 부분에 변화가 감지됐다고 밴 데어 콜크 박사는 말한다.
EMDR은 아직까지는 매우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되어 왔다. 지난 10년 동안 전통 정신치료 요법을 써왔지만 어린 시절의 육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로 인한 공포, 악몽, 불면증, 불안 증세가 별로 가시지 않았던 다나 바워스(46)는 전통 치료 덕분에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는 하게 됐지만 증상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는데 EMDR을 받아본 결과 6주만에 불안과 공포가 사라졌고 1년을 계속한 결과 어릴 적 상처의 잔재를 씻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