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인한 사망 연간 4만4천~9만8천건 추산
병원, 의사의 실수 인정 및 보고가 선결 조건
13년 전, 가슴 통증으로 코네티컷주 하트포드 지역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밥 파우버는 다른 환자로 오인 받아 하마터면 심장마비 이후 성생활에 관한 비디오를 보러갈 뻔했다. 간호사가 휠체어를 가지고 와 실어가려는 순간 아내 글로리아가 "환자를 잘못 봤다"고 만류했는데 이런 웃지 못할 일이 있은 후 파우버는 연속되는 의료 실수로 수개월 동안 불필요한 고통을 겪다가 1989년, 수술 직후 숨졌다.
지난 1999년, 국립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인 의학연구소가 해마다 병원측의 예방 가능한 실수로 죽는 사람이 4만4,000~9만8,000명이고 부상자도 그만한 숫자일 것이라고 추산한지 3년이 지난 오늘날 전국의 병원들이 그런 사고가 발생하며, 그 사실을 인식함으로써만 환자 안전이 강화될 것임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환자들이 우리가 알았거나 알고 싶어했던 것보다 더 많은 피해를 당했음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하트포드의 세인트 프랜시스 종합병원 환자안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심장전문의 마이클 테리엔 박사는 말하는데 이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및 기타 의료 종사자들에게 이미 저질러진 실수나 아슬아슬했던 사례를 보고해서 그와 비슷한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예일-뉴헤이븐 하스피틀이 2년 전 마련한 환자 안전운동의 목표 중 하나는 실수 보고율을 3배로 늘리자는 것으로 이는 실수를 그만큼 많이 하자는 뜻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정직하자는 것이라고 이 운동의 공동추진위원장인 할란 크럼홀츠 박사는 말한다. 심장전문의인 크럼홀츠 박사는 의사들은 견제와 균형, 또는 기억해야 할 것을 적어둘 필요가 없는 천하무적 초인간이라는 생각이 바로 막을 수 있었던 실수를 은폐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실수나 아슬아슬했던 순간을 안전을 강화시킬 기회로 삼는 항공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실수는 부인할 일이나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터프하고 남성적인 비행기 조종사들이 이륙 전에 모든 것을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일-뉴헤이븐 병원은 취약분야 4가지를 식별, 변화를 감행했다. 또한 실수와 아차 싶었던 순간을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개설했으며 환자들에게도 스스로 안전을 살필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 환자의 신원이 바뀌지 않도록 모든 환자들에게 입원하는 순간부터 퇴원하는 순간까지 ID 팔찌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빼버리려는 환자들에게 그 필요성을 주지시킨다.
이곳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다른 환자의 피를 실험실에 보내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ID 팔찌 착용은 매우 중요한데 혈액은 또 테크니션이 얼음에 채워놓지 않으면 실험실에 가는 동안 변질될 수도 있고 의사의 주문과 다른 내용의 테스트를 하는 수도 있으므로 이제 모든 혈액 샘플병에는 컴퓨터로 찍은 레이블이 붙여진다.
코네티컷 대학의 존 뎀시 하스피틀도 의사들의 약 처방을 컴퓨터로 찍어 넣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조악한 필체를 알아보지 못해서 약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컴퓨터 시스템은 또 약들을 섞어 먹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부작용이나 처방된 약이 적당치 못한 이유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병원측 실수 중 가장 악명 높고 어처구니없는, 엉뚱한 부위를 잘못 수술하는 일을 막기 위해 예일-뉴헤이븐 및 기타 병원들은 이제 정확한 수술 부위에 지워지지 않는 마커로 표시를 해놓는다.
병원들이 이 같은 안전조처를 마련하고 직원 문화에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낸시 존슨 연방하원의원 같은 사람은 환자 및 병원 안전기준을 정하기 위한 보다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달에 워싱턴에서 이 문제에 관한 공청회를 주최한 존슨 의원은 병원들이 안전조처 강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익명의 실수 보고를 전국의 병원들이 돌려보아 남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게 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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