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닉스가 최악의 부진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 제프 밴 건디 감독의 사임 이후 흔들리기 시작한 닉스는, 그 후 1억달러짜리 가드 앨런 휴스턴의 난조가 겹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올 시즌 닉스의 플레이오프 레이스 탈락은 기정사실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탄탄한 팬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닉스는 얼마 전에도 필라델피아 76ers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중반까지 20점을 앞서다가 막판에 대추격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했다. 이에 관중석의 팬들은 끝내 홈팀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 경기는 9.11 테러사건 이후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뉴요커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위축시켰다.
뉴요커들의 삶에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단순한 경기장 이상의 상징물이듯, 닉스도 하나의 농구팀 이상의 무엇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이번 시즌 뉴욕 팬들은 닉스의 부진을 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코트 사이드 바로 곁에 1,600달러짜리 시즌티켓을 소유한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나 그에게 음식을 가져오는 웨이트리스 너트리카 이킨, 그리고 이날 해프타임 막간 경기를 한 초등학교 팀의 폴 킨케이드 선수 등이 한결같이 닉스의 패배에 한숨을 지으며, 부진에 대한 처방을 쏟아놓는다.
닉스는 시즌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승율 5할을 넘어선 적이 없다. 개막전 때 마이클 조단이 복귀한 워싱턴 위저즈를 물리치면서 1승 무패를 기록한 것이 5할 승률을 넘어선 유일한 시점이었다.
이번 시즌 닉스는 거의 모든 홈경기에서 시종일관 비슷한 모습을 보여왔다.
래트렐 스프리웰이 나머지 선수들을 선도하며 라커룸에서 나오면서 공을 한번 튀켜 스파이크 리에게 던져준다. 등번호 8번이 새겨진 스프리웰의 농구복을 걸친 스파이크 리는 받은 공을 다른 선수에게 되던져 준다. 그런데, 그곳에 앉은 스파이크 리의 표정이 시즌 내내 축 처진 모습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스파이크 리와 닉스의 관계를 패트릭 유잉이나 클리이드 프레이저와의 관계에 비교한다. 이들은 어쩌다 길거리에서 스파이크 리와 마주치면 "스파이크, 요즘 닉스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그 많은 돈을 투자한 팀이 겨우 그 모양이라니"라며 말을 건네곤 한다. 스파이크는 거의 매일 사람들도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스파이크가 매 홈경기 때마다 로열 박스에 앉아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지만, 사실 그는 닉스의 팀 운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다. 스파이크는 닉스의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비싼 시즌티켓을 구입한 열광적인 팬일 뿐이다.
스파이크의 마음은 닉스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스파이크가 보기에 닉스는 뉴욕시와 그 정신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농구는 뉴욕의 스포츠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농구는 어디까지나 농구일 뿐’임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닉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대서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질 않는가"
스파이크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한다.
웨이트리스 너트리카 이킨은 지난 10년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닉스의 홈경기 때마다 로열 박스 팬들에게 맥주와 피자 등을 서빙해 왔다. 그녀는 또, NHL 프로하키팀 뉴욕 레인저스 홈 경기 때도 같은 일을 한다. 이킨은 스파이크 리가 가장 선호는 웨이트리스이기도 하다. 이킨은 "닉스가 해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지난 10년간은 경기가 좋은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9.11 테러와 닉스의 부진이 겹친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킨의 호주머니에 떨어지는 팁은 지난 시즌에 비해 20% 이상 줄어들었다. 닉스의 부진도 문제지만, 레인저스 경기 때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레인저스의 고정 팬들의 상당수가 세계무역센터 붕괴 때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올 시즌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일하는 이킨의 마음은 편치가 못하다.
이킨은 혼자 몸으로 아들을 키우면서 비행기 스튜어디스와 매디슨 스퀘어 가든 웨이트리스의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이킨은 최근 전 남편이 사는 메릴랜드로 이주하고부터,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500마일씩 통근을 하고 있다. 한때는 웨이트리스 직업을 워싱턴 위저즈로 옮길 생각도 해보았으나, 마이클 조단의 부상 때문에 위저즈에 별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생각을 포기했다.
닉스의 부진을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닉스 홈경기에서 가장 싼 56달러짜리 시즌티켓을 보유한 제이와 랜디 와이즈글래스 부부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한다. 이들도 닉스가 이번 시즌 형편없는 졸전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편 닉스가 76ers에게 대역전패를 당하던 날, 초등학교 농구선수 폴 킨케이드는 하프타임 막간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닉스가 조만간 좋아지리라고 믿고 있으며, 언젠가는 자신이 닉스팀에 직접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닉스의 부진이 계속되는 현재로서는 얼굴에 실망의 빛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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