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때로 불안정하거나, 심지어 위험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폭력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고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이집트,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등 중동지역 국가들의 관광산업은 치명타를 맞고 말았다.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 해 전체 외국인 방문객이 120만명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55%나 급락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는 중동정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미국 국무부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중동여행 경계령을 내린 이후 한층 두드러졌다. 급기야, 이스라엘 관광국은 웨스트뱅크 점령지의 고고학 유적지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방탄차량을 제공하고 나섰다.
국무부의 중동여행 경계령에도 불구하고 중동여행을 감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요즘보다 더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우선 비행기나 호텔요금이 터무니없이 내려갔고, 현지에 가면 평소에 북적거리던 관광인파가 없어서 좋다. 또 일반인들의 선입관과는 달리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우호적이다.
얼마 전 뉴스위크 예루살렘 지국장 조슈아 해머는 자살테러 소식이 어지러운 중에 중동여행을 했으나, 한번도 위험한 경우를 당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해머는 낙타를 타고 석양녘에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를 지나는 코스, 갈릴리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석류 밭을 통과하는 하이킹, 그리고 수정처럼 투명한 홍해 물에서의 다이빙 같은 체험을 했다.
확실히 몇몇 중동 여행 목적지들은 어지간히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감행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팔레스타인 자살특공대들의 타겟이 되는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들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루살렘의 상징물과도 같은 킹 데이빗 호텔은 최근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고, 시내 몇몇 일류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 또 유대교 성지들은 철통같은 경비로 둘러싸여 있다.
팔레스타인 쪽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동예루살렘의 거의 대부분의 호텔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단 하나 ‘아메리칸 콜로니 호텔’만 예외인데, 이는 중동사태를 취재하는 해외 언론인들을 위해 특별히 운영되는 호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의 선입관을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이스라엘의 다른 지역들 대부분은 테러리즘의 영향권 밖에 있으며, 게다가 호텔 요금은 엄청나게 저렴하다.
티베랴 호숫가에서는 가족단위 숙소를 하룻밤 40달러에 빌릴 수 있다. 인근 골란고원의 스키장들은 리프트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또, 수년 내 최고의 적설량을 보인 헤르몬산에 가면 중동지역 스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고, 정통 유대교 여성들이 기다란 드레스를 입고 스키를 타는 진귀한 모습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반대편 사막 탐사와 홍해로 통하는 관문, 엘라 항구에서는 별 4개짜리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가 19달러에 불과하다. 믿거나 말거나. 거기서부터 이집트 관할 시나이 해변을 따라 내려가면 다합 힐톤을 위시한 많은 리조트들이 있는데, 이곳들의 손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인기척이 없는 적막한 분위기만 개의치 않는다면, 이 지역은 은밀한 해변을 만끽하고 수정 같은 바닷물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집트의 나머지 지역들도 파리를 날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해 이집트의 피라미드 관광객은 전년대비 무려 90%나 급감했다.
사실 이집트는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더 안전하고 각종 요금들도 저렴한 편이다. 수도 카이로 옆 나일 강변에 서있는 고급 호텔들의 하룻밤 숙박료가 50달러 밖에 안 된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평화 공존국, 요르단도 관광업이 침체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곳의 유명한 페트라 유적지에는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찾아든다.
레바논에서는 15년간 계속된 내전이 1991년 종식되었지만, 내전의 상흔들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레바논 정부는 2년전 이스라엘 점령군이 완전 철수한 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해 왔다. 레바논이 자랑하는 베이루트의 해변을 따라 뻗어있는 ‘코니체’ 산책로 주변에는 최근 들어 몇몇 고급호텔들이 들어섰다.
레바논 최고의 관광명소는 베이루트 동쪽으로 차로 두 시간 걸리는 베카 밸리 일대다.
베카 밸리에는 2, 3세기께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건축된 주피터, 비너스, 머큐리 같은 기념비적 신전들이 장엄하게 서 있다. 원래 인도산 대마의 주산지인 베카 밸리는 마약 밀수업자 및 군벌들의 상습 출몰지였다. 요즘에는 무장 헤즈불라 게릴라 단체가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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