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본보는 올해에도 장애인 선교기금 모금을 위한 ‘사랑의 열린 음악회’를 특별후원 한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동안 장애인에 대해 잊고 살다가 4월이 되면 장애인 기획기사를 다루는 언론을 통해 새삼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날이 지나면 또 잊어버린다. 사실 장애인은 우리 주위 어디에도 있지만, 오늘 몸이 성하다고 우리들은 그들을 너무 자주 잊어버리고 산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한창 여기 저기 놀러 다닐 때 브롱스 동물원에 가면 언제나 마주치는 장애인들이 있었다. 호흡기를 끼고 목도 제대로 못 가누어 어마어마한 장비를 갖춘 휠체어에 거의 결박된 상태로 눕다시피 한 장애인들이 어린이 동물원에서 아기 동물을 보고 좋아라 괴성을 지르는 것을 보았었다.
미국인이나 타 인종 부모들은 한가지라도 더 보여주려고 아이의 고개를 잡아주고 혹시나 탈수증에 걸릴까 물을 먹여주었다. 반바지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보다 머리도 덩치도 더 큰 장애아들을 지성으로 돌보는 그들을 보며 한인 장애아들도 공기 맑고 구경거리도 많은 이런 곳에 오면 얼마나 좋아할 까 했었다.
그러나 뉴욕에 오래 살다보니 한인들도 늘어나고 그만큼 장애인들도 늘어나 식당이나 공원을 찾는 한인 장애인 가족을 종종 보게된다. 부모들이 남에게 보이는 것을 꺼려 해 방에만 가둬놓고 키우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아이에게 맛난 것, 좋은 것을 하나라도 더 해주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장애아 부모의 마음은 열렸는데 주위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닫혀있는 것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맥도널드에 갔다가 참으로 당황했던 일이 있다.
막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한인 중년 부인이 키가 훌쩍 큰 사내아이를 앞세우고 안으로 들어왔다. 까만 머리를 정결하게 빗질하여 뒤로 넘겼고 다림질 자국이 선명한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아이는 머리를 흔들흔들 하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는데 그 모자는 바로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그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치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기자니 그 부인에게 눈치가 보여 내색 않고 커피를 마시는데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본다는 것에 마음이 언짢아졌다.
그런데 조금 후 그 아이의 아빠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오는데 보니 우리 가족과 아는 사람이었다. 그 아빠는 말했다. “내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이렇게 나와서 외식을 해야 또 며칠은 얌전하지요. 함께 교회에도 나가고 싶지만 다른 교인들한테 미안해서 못나가지요.”
그 아빠의 아들에 대한 지극한 정성이 전해지자 조금 전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나는 이번에는 미안해서 쩔쩔매었다.
아이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도 계속 소리를 지르고 앞에 놓인 것을 뒤집어엎으려 드는데 그때마다 부부가 부드럽게 타이르면서 먹여주고 흘린 것은 닦아주는 것이었다.
알뜰한 보살핌과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아이를 감히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니, 갑자기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는 기분이었다. 만일 그 아이가 아는 사람의 자녀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집에 있지 왜 공공장소에 나와서 여러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처지가 이해가 되고 용납되는 일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것일 것이다.
사실 내 아이들은 처음부터 별로 그 아이를 개의치 않았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편견을 지닌 사람은 오히려 어른인 내가 아닌가.
그렇다. 장애인들은 남다른 친절도 넘치는 동정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대해주고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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