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8일 휴스턴에서 열렸던 ‘전미주 한인체육대회를 취재하며 느꼈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미국과 캐나다 등 20개 지역에서 3천명의 한인들이 모여 경기를 치룬 미주체전은 한마디로 한국의 ‘전국체전’의 축소판과 같았다.
광활한 미대륙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힘과 기량을 겨루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더구나 처음 만나는 2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1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었다.
그러나 폐막식을 앞두고 차기 미주체전 개최지 선정을 놓고 각지역 체육회장들은 재미대한체육회가 미는 하와이를 제치고 아틀란타로 결정하는 일종의 ‘쿠데타’를 거행했다.
이에 따라 김용길 재미 대한체육회장은 폐막식에서 퇴장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미 대한체육회의 대표가 누구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체육인들의 내분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국의 대한체육회(회장 김운용)는 재미 대한체육회를 사고단체로 규정,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회장자리는 공석이나 다름없다. LA의 김용길 회장이 회장을 자칭하고 있으나 덴버의 조기선 회장과 산호세 출신의 이원휘씨가 회장을 자임하고 있다.
내년도 미주체전을 주최해야 할 조지아 대한체육회(회장 차덕용)는 지난 2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적으로 이민 100주년 기념 ‘제12회 전미주 체육대회’의 개최권을 반납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차덕용 조지아 체육회장은 "현재 재미대한체육회가 김용길, 조기선, 이원휘씨 등이 서로 자신이 회장이라고 나서고 있는 분열상황"이라며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들어 대회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본국의 대한체육회마저 소송 등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후 내년 미주체전을 달라스에서 연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한체육회 재미지부(지부장 김용길)가 지난 30일 LA에서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어 2003년 미주체전의 개최지로 다시 아틀란타를 지정했다.
그러나 개최권을 반납한 조지아 체육회가 아직 대회개최 수락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년도 미주체전은 공중에 뜬 상태로 남아있다.
당초 2세들에게 한인으로서 꿈과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의미로 시작된 미주체전은 1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표류하고 있다.
미주 대한체육회의 대표를 서로 맡으려고 싸움을 벌이는 것은 "떡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산이 50만 달러 이상 드는 체전행사에 본국정부의 지원금과 대기업들로부터 제공되는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회장에게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것이 그럴싸한 풍문으로 나돌고 있다.
미주지역 체육회가 하나로 단결해 내년도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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