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맞아 겨우내 움츠렸던 한인 골퍼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인단체들도 여기저기서 다양한 골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인사회에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개막한 것이다.
골프는 ‘멘탈(Mental) 경기’라 한다. 정신적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골프를 즐기는 한인골퍼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요소는 해저드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 골퍼 초년생들은 티 박스에 올라서면 깊은 벙커와 해저드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려는 생각보다는 벙커를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벙커나 워터 해저드 등 일반 해저드보다는 ‘오럴 해저드(Oral Hazard)’가 더욱 신경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자신의 부정적 생각 말고도 함께 라운딩하는 플레이어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다.
오랄 해저드는 동반 플레이어의 골프 실력이 아닌 심리를 흔들어 놓는 작전(?)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한인 골퍼 대부분은 ‘구찌 켄세이’라 표현하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한인들은 다양한 오럴 해저드를 직·간접으로 경험하게 된다. 대개 오럴 해저드는 경기 동반자의 핸디 조정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실력차이에 따라 몇 점을 줄 건지에 대한 신경전을 벌이고 때로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기도 한다.
경기 도중의 오럴 해저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오럴 해저드 골퍼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동반 플레이어의 공이 벙커로 향하면 ‘들어가라’고 바라며 “요즘, 한 거리 하십니다”라고 놀리는 ‘비아냥 거리기형’. 어드레스를 취한 뒤 티 샷을 하려고 하면 “왼쪽이 벙커, 오른쪽이 오비”라고 알려주는 ‘과잉 친절형’. 장타인 동반자에게 “장타와 오비는 단짝, 파 4 홀에서 원 온 어때?”라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부추기는형’. 동반자가 오비를 내면 “우정의 샷 고마워!”란 말을 잊지 않는 ‘우정도용형’ 그리고 “백 스윙이 너무 큰 것 아냐?”라며 엉뚱하게 가르쳐 주는 ‘스윙 망쳐놓기형’ 등이 있다.
이외에도 그린 위에서 퍼팅이 홀 컵보다 한참 짧으면 “오늘 그린이 너무 느린데” 또는 파3홀에서 9번 아이언을 사용하고 “8번이 너무 길군”하는 ‘교란형’, 드라이버샷이 긴 동반자에게 ‘연필 길다고 글씨 잘 쓰는 것은 아니지?”라고 건네는 ‘기죽이는형’ 등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골프장에는 ‘오럴 해저드’를 즐기는 한인이 있는 반면 한인사회에는 ‘립 서비스’를 잘하는 한인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흔히, 립서비스(Lip Service)란 그저 입에 발린 말이나 말뿐인 호의를 두고 비꼬아서 하는 말이다. 립서비스는 입에 발린 소리나 말치레 인사 뿐 아니라 칭찬과 기분 전환이 곁들여진 말재간도 이에 포함되듯 양면성을 띠고 있다.
한인회나 지역, 직능단체 등 각종 선거에서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입후보자들,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고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않는 한인사회의 장들 그리고 말 다르고 행동 다른 한인들, 그들이 즐기는 ‘립서비스’가 한인사회의 신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시형이나 아첨형과 달리 노래방에 갔을 때 “너무 잘 부른다. 가수보다 낫다”라든가 컴퓨터에 대해 가르쳐 주면 “와 대단해 완전 컴퓨터 박사야” 또는 가정에서 “아주버님 요즘 운동하세요, 얼굴 색이 좋아 보이세요” 등 항상 칭찬해주거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립서비스는 가족이나 한인사회에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골프 시즌 개막과 더불어 오럴 해저드를 연구하며 입술이 근질근질한 한인 골퍼들이 있다면 올해부터라도 골프란 자기 자신과 자연과의 승부이며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경기임을 잊지 않으면 어떨까?
립서비스가 생활화된 한인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즐기는 립서비스가 한인사회에 독약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인간관계에 보약이 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연창흠(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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