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2년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각국별 재외동포 인구통계가 탁상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수치를 조정하는 등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각 재외공관이 관할구역 내 거주 한인수를 파악, 갱신하고 있는 정부의 공식 통계자료인 ‘재외동포 인구현황’(2001.7)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일리노이주의 한인인구가 99년 14만1천526명에서 2001년에는 10만2천906명으로 집계돼 자그마치 3만8천620명(27%)이나 급감했다.

영사관이 참고한다는 주재국 자료인 미국 통계청의 2000년 조사 이 지역의 한인 총수는 5만1,453명으로 총영사관이 99년 발표한 인구통계와 비교할 때 무려 9만명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이 인구통계를 낼 때 본인이 직접 등록하는 형식을 취해 일부 한인 유학생 및 단기체류자, 상당수의 불법체류자가 통계에서 빠졌을 수 있다고 해도 이같은 격차는 이해하기 힘들다.

시카고총영사관의 박상식 영사는 "재외국민 등록현황, 여권 발급통계, 지역별 한인회 자료 등을 기초로 근사치에 가깝게 인구를 산출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통계와는 괴리가 있다"며 "일리노이주의 경우는 미국 경제침체로 인한 동포수 감소요인 등 현지 실정을 반영하여 동포현황을 가급적 현실에 맞게 근사치에 가깝도록 조정했다"고 시인했다.

특히 애틀랜타지역의 들쭉날쭉한 인구통계는 대표적인 조정의 사례로 보인다. 이 지역은 97년 7만3천841명이 99년에는 3만6천441명이 증가한 11만282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01년에는 다시 1만1천84명이 줄어든 9만9천198명으로 나타나 4년 동안 한인 2만~3만명이 이동을 했다.

시애틀지역도 97년 11만9,443명에서 99년 12만250명으로 2년 간 807명이 증가했는데 2001년에는 무려 2만1,953명이 증가한 14만2,203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한인인구수가 들쭉날쭉한 것은 처음부터 제대로된 통계없이 한인 단체등의 추정치에 의거해 한인 인구수를 작성한 후 매년 일정 퍼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다 센서스 결과와 너무 차이가 날 경우 이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항지역의 경우에도 수년전 인구통계 집계당시 영사관은 한인회등 단체들의 추정치를 반영했다고 밝힌 반면 한인회는 영사관의 재외동포 수치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 김경근 영사국장은 "동남아지역과 같은 비교적 인구가 적은 지역의 인구통계는 사실에 가깝지만 동포가 많은 곳은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먹구구식 통계는 비단 주미한국대사관 관할 지역 및 미국내 11개 총영사관의 통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부 총영사관은 정확한 통계 산출이 불가능한 항목은 공란으로 두기도 했으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정확한 통계인 것처럼 만단위, 천단위 숫자의 끝자리까지 밝혔다.

외교통상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지역별 재외동포 현황이 근거가 모호한 주먹구구식 통계라는 지적이 높다. 외교통상부는 지역별 재외동포 인구와 동포단체 현황을 2년마다 발표하고 있으나, 해당 공관의 단순 추정치에 불과해 주먹구구식 통계를 정부의 공식자료화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www.mofat.go.kr)의 재외국민·영사 항목에 의하면 재외동포현황 총계는 2년에 한번씩 조사가 이뤄지며, 재외동포현황은 홀수년도 하반기에, 재외동포단체현황은 짝수년도 하반기에 각각 업데이트 된다.

홍 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