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세계에서 반 미국, 반 이스라엘 시위가 격렬하다. 수단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을 연호하는 시위대가 가득하다. 모로코에서는 자국 사상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집트, 요르단, 예멘, 바레인, 튀니지 등 아랍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 가을이래 팔레스타인 주민 1,600명이 살해됐다. 하지만 아랍세계의 기준으로 본다면 별것 아닌 수치다. 수단 내전으로 200만명이 사망했고 시리아는 82년 반란 진압과정에서 2만여명을 죽였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경우는 더 하다. 그런데 왜 아랍권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그토록 혐오하는가.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아랍국들은 이번 사태를 이중잣대로 판단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죽이고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학살에는 눈감으면서 백인지배 하의 남아공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불같이 일어났다. 이 같은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아랍세계의 분노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랍세계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아랍사회는 명예손상을 참지 못하는 가치기준을 기저에 깔고 있다. 아랍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은 잔혹하다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아랍세계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고 있다.
샤론 총리는 아랍권의 반 미, 반 이스라엘 시위가 이같은 이중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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