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장대높이뛰기는 오랫동안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인식되어 왔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은 통상 스카이다이버, 번지점퍼, 또는 서커스단의 공중그네 곡예사와 같은 정도의 위험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간주된다.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 3명의 고등학교 및 대학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운동의 안전표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얼마 전 위치타 사우스이스트 고등학생 선수 사모아 필리 2세는 그의 아버지가 경기장면을 비디오 촬영하는 가운데, 공중도약 도중 떨어져 사망했다.
지난 2월 플로리다주 클리위스톤에서는 16세의 에후 퀘사다 선수가 장대높이뛰기 도중 당한 심한 머리부상으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에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 재학중이던 케빈 데어 선수는 빅텐 컨퍼런스 실내육상선수권대회 경기에서 장대높이뛰기 도중 실수로 사망했다.
아들 사망 이후 케빈의 아버지 에드 데어는 모든 학교 체육의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의 헬멧착용을 의무화시키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뉴욕주에는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의 헬멧착용 의무화 법안도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 문제를 놓고 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장대높이뛰기용 특수헬멧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그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헬멧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에드 데어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말을 듣는데 이제는 신물이 난다. 그 사람들도 자식이 한번 죽어보면 그런 소리를 안 할 것이다"
에드 데어는 하키 선수들도 한 때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를 했던 일을 상기시킨다.
에드 데어는 현재 헬멧착용 의무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로써 장대높이뛰기의 경제학을 지적하고 있다.
장대높이뛰기는 인기 있는 대중 스포츠가 아니면서도 트랙과 필드를 포함한 육상 전종목 가운데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경기다.
예를 들어, 장대높이뛰기의 착지에 사용되는 랜딩패딩 하나 값이 무려 1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또 돈 들어가는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장대높이뛰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청소년들의 극한 스포츠 열광추세에 편승, 미국에서 장대높이뛰기의 인기가 유례 없이 고조된 시점에서 대두되었다.
특히,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에서, 스테이시 드래길라 선수가 박진감 넘치는 경쟁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후, 미국에서 장대높이뛰기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등록된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약 2만5,0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해 고조된 미국의 장대높이뛰기 열기는 최근 두 달간 3명의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풀 꺾인 기세다. 게다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전미 위험스포츠 부상연구센터’가 장대높이뛰기를 조사대상 스포츠 중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선정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센터는 1983년부터 2000년까지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매년 한 명 꼴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에드 데어는 오는 5월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인 전미 육상경기협회총회의 안전분과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데어는 이번 회의에서 반드시 장대높이뛰기 안전규정이 채택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착지구역의 면적 변경 및 선수들이 유리섬유 재질의 장대를 바닥에 꽂아 박는 8인치 두께의 정사각형 패딩박스에 대한 논의도 있을 예정이다. 참고로, 장대높이뛰기의 크로스바는 고등학교 표준이 15피트이고 세계수준은 19피트이며, 여자선수들은 보통 15피트를 뛰어 넘는다.
뉴욕주 공립고등학교 운동협회의 로이드 모트 부국장은 헬멧이 표준화 장비가 아니므로 이 협회는 장비장대높이뛰기 선수의 헬멧착용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트는 또, 협회가 헬멧착용을 권장했다가 누군가 헬멧 때문에 부상을 당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협회에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그는 헬멧 착용여부는 선수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장대높이뛰기가 매우 위험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점프 직후 벌어질 상황의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허공에서 중심을 잃은 선수는 착지지점의 좌우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선수보호 패드가 없는 뒤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필리 2세도 점프 직후 중심을 잃고 뒷면으로 쏠리면서 몸이 보호패드에 걸쳤으나, 불행히도 머리부분이 맨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필리는 아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장대높이뛰기 헬멧착용안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순전한 불행의 소산이었을 뿐, 헬멧을 썼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또, 다른 아들도 장대높이뛰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