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MoMA)이 본관 대규모 확장공사를 하면서 오는 6월29일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 7번 전철 33가역 임시전시공간에서 문을 연다.
미술관측은 이사를 앞두고 ‘세잔느/반고호/ 피카소/마티스/폴락 콜렉션 하이라이트 전’을 하고 있다. 현대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후기 인상파부터 시작하여 초현실주의까지 대가들의 대표작들을 전시 중이다.
평소에는 그림 앞에 가까이 못 가게 안내원이 지켜보다가 조금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어도 야단을 맞는다.
지난주에 가보니 화가들의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관람객들은 바로 코앞에서 붓 터치를 살피고 물감이 갈라지고 색감이 바래는 것까지 발견하도록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마치 이사 전 뉴요커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그림들을 가까이 할 수 있다.
고호의 <별이 있는 밤>, 세잔느의 <목욕하는 사람>, 고갱의 <달과 대지>, 루소의 <잠자는 짚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샤갈의 <나와 마을>,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앤디 워홀의 <골드 마릴린 몬로>, 잭슨 폴락의 <넘버 1> 윌리암드 쿠닝의 <여인1>·<여인2>, 리히텐슈타인의 <비치볼 든 소녀>까지 우리가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본 그림들을 다 모아놓았다.
그동안 미술관을 가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 가보았거나 메트 미술관을 갔지만 워낙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일부만 본 사람, 특별히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세계 거장들의 주요작들을 한 공간에서 별로 걷지도 않고 좌르르 볼 수 있으니 시간이 별로 안 걸리고 피곤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원화(原畵)에서 넘쳐나는 작가의 호흡과 감정을 체험할 수 있다.
메트나 현대 미술관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한인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물론 구겐하임 미술관은 2000년 1월 ‘백남준의 새천년전’을 특별기획, 지구 생명의 근원인 비를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연초록색 레이저로 나타내어 감동을 주었었고 보유하고 있던 백남준의 그림 50점 이상을 최근 기념관을 짓고있는 경기도에 팔기도 했다.
다른 주 미술관이나 소규모 미술관에서도 강익중, 조숙진, 변종곤, 한규남, 이일 등의 그림을 구입하기도 하고 뉴욕 화랑에 중견이나 신진 작가들이 전속되거나 코압 갤러리에 등록되는 1세·1.5세·2세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래 미술관들은 명망 있는 작가의 그림을 직접 구매하기도 하지만 기증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미국의 미술관들은 준다고 해서 무조건 기증 받지는 않는다. 기증작이 작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필생의 역작이거나 진귀한 소장품이라고 생각하나 미술관측에서 보면 수준 이하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그림이 미술관에 팔렸다 해도 워낙 소장품이 많다보니 메트 미술관 경우 4분의1이 걸리고 나머지 4분의3은 창고에서 보관되었다가 다시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
뉴욕에는 미술을 공부하거나 작업 중인 한인화가들이 수백 명 있다.
1960년대 뉴욕에 정착한 김환기,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0여만 달러에 그림이 팔린 박수근은 이미 고인이지만 김보현, 한용진, 서도호, 변종곤, 바이런 김, 니키 리 등은 각자 회화·조각·사진 분야 등에서 미 평단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쉬움이 있다. 미술관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창의력이 뛰어나고 진지하며 위트감도 있는 것이다.
한인들은 미국 속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되 새로운 기법과 다양한 표현을 창조해야 한다. 미국 문화 즉 세계 문화를 리드하는 한인들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관객들은 처음엔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그림도 자꾸 보다보면 본인이 좋아하는 성향을 알게되고 심미안도 생겨난다. 미술관 순례를 하며 은퇴생활을 보낼 때 낯익은 한인 화가의 이름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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