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식에서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것은 신부가 아니다. 주례하는 목사, 랍비, 신부 앞에 앉아 있는 가족, 친구들이다. 앞가슴과 다리, 등을 거의 다 드러내 놓은 신부의 옷차림 때문에 결혼식장이 아니라 패션쇼, 심하면 라스베가스의 쇼 같은 경우도 있다.
동화속 공주님이 입을 것 같은 가운 차림의 새침한 옛 신부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5월에 식을 올릴 신부 중에도 목선이 배꼽까지 내려오고, 치마는 거의 엉덩이가 보일 정도로 짧은데 등은 꼬리뼈 부근까지 파인 옷을 입을 이들이 많다. 순수함과 거리가 먼 "섹시한 신부"들의 노출주의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라고 전통주의자들은 한탄한다.
이런 경향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수퍼모델 신디 크로포드가 랜디 거버와 바닷가에서 결혼하면서 넓적다리가 다 드러나는 속치마 같은 드레스를 입은 이후 온 몸을 순백의 천으로 꼭꼭 싸는 드레스를 입기가 편안치 않은 여성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업계가 탄생했다.
체육관과 스파, 퍼스널 트레이너들이 신부 후보들의 몸 만들기를 전문으로 하고 있고 책과 잡지들은 결혼식 날 드러낼 몸매 만드는 일에 관심 있는 여성들이 들춰볼 내용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결혼식을 위한 운동 가이드 ‘버프 브라이드’라는 책도 나왔다.
웨딩업계의 주요잡지인 ‘엘리건트 브라이드’의 올 결혼시즌 특집에서도 파스텔 톤의 프릴이 달린 옷들은 사라져 버렸다. 대신 필름처럼 얇은 천을 몸에 두른 신부가 웃통을 벗은 남자들 위로 걸쳐져 있는 듯한 대형사진을 실었다. 덴버의 첫날 밤 속옷 전문업체 ‘솔 브라이드’가 최근 전국에 발송한 40페이지짜리 캐털로그에도 야한 것 일색이고 최근 뉴욕에서 신부복 쇼를 끝낸 디자이너 작품들도 신혼여행 때까지 상상에 맡길 부분을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
디자이너 림 애크라의 작품만 봐도 그렇다. 레이스로 만든 사롱 치마에 비키니, 코르셋 윗도리는 그것이 결혼식에 입으라는 것인지, 결혼식 날 밤에 입으라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끈이 없는 크림색 데님 드레스는 "섹시하지만 그래도 세련됐다"고 디자이너는 자평한다.
이런 드레스들은 신부의 나이에 관계없이 입힌다. 나이든 신부들은 결혼식 날을 자기가 주인공인 공연일로 생각,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가 되는 어렸을 때의 환상을 실현시키려 한다. 한편 언제나 몸매와 스타일을 의식하는 젊은 신부들은 오랫동안 배꼽이 드러나는 옷들을 입어왔기 때문에 신데렐라가 입음직한 드레스를 입는 결혼식은 상상도 못한다. 그 치마가 넓게 퍼지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으면 자기가 신데렐라가 아니라 요정 엄마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버프 브라이드’를 쓴 수 플레밍은 시간당 65~100달러를 내고 일주일에 최고 4시간씩, 어깨와 팔을 아름답게 다듬기 원하는 신부들을 도와왔다. 그중 한 명인 맨해턴의 제니퍼 해리스(31)는 9월 결혼식 꽃다발 안에 5~8파운드의 추를 넣을 계획이다. 무거운 것을 들어야 팔의 근육이 올라붙어 보인다는 것이다.
목과 어깨를 깊이 판 드레스 차림은 정원에서는 하는 결혼식에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교회나 회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종교는 어깨는 물론 팔 전체를 감쌀 것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신부가 원하면 막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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