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쥐를 리모트컨트롤 명령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동물을 기계화시키는 윤리적인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실험쥐의 두뇌에 머리카락 넓이의 미세한 전자 탐침을 연결, 1,640피트 범위 내에서 컴퓨터에 입력시킨 명령대로 움직이는 ‘로봇 쥐’를 개발했다. 멀쩡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체인 동시에 기계의 조종을 받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 셈.
이번주 내이처 학술지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주둥이 양쪽의 수염을 건드렸을 때 촉감을 일으키는 탐침 2개를 쥐의 뇌에 연결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뇌부위인 MFB에 3번째 탐침을 삽입했다. 또 쥐의 등에 매단 가방에는 무선 수신용 안테나와 원격 조종되는 자극장치와 탐침을 연결하는 전선이 들어 있다.
원격 조종으로 MFB 탐침을 작동시키면 로봇 쥐는 명령대로 가파른 경사를 기어오르거나 밝은 공간을 가로질러 달리는 등 평시에는 하지 않을 활동을 서슴없이 해냈다. 쥐가 원격 조종대로 움직일 때 MFB 탐침이 쾌감을 느끼도록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탐침들은 쥐가 우회전을 하거나 좌회전을 하도록 자극시킬 수 있었다. 미로에서 1차 훈련을 받은 로봇 쥐들은 열린 공간에서도 원격 신호에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산지브 탈워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촉감도 줄 수 있는 인조 팔다리를 개발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실시했으나 앞으로 로봇 쥐들이 재해지역에서 잔해더미 아래 깔린 부상자들을 탐색하거나 폭탄, 지뢰 등을 발견하는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동물을 기계로 타락시키는 잔인한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농무부는 실험쥐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는 실험을 제한하는 규정을 채택했으나 연방하원이 최근 가결한 농업법안은 이를 철회했다.
최근 전국과학재단(NSF)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59%는 과학실험에서 쥐를 사용하는데 이의가 없다고 답변한 반면 개, 침팬지 등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의 두뇌를 전자적으로 조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0년대 예일대 생리학자 호제 델가도는 동물의 행위나 기분을 조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뇌에 전극을 삽입한 황소를 자극한 후 무선 송신기 스위치를 눌러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황소를 돌려세웠다.
원숭이,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한 델가도는 동물의 전자조종기술이 인간사회에서도 범죄행위를 줄이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노스웨스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칠성장어 뇌로 작동되는 로봇을 개발했고 듀크 대학 연구팀도 원숭이 뇌로 로봇 팔을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탈워는 로봇 쥐가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온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실험에서 로봇 쥐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원격 조종대로 움직일 때 쾌감을 느끼는 보상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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