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해야할 일을 남이 해주었을 때처럼 쑥스러운 일이 있을까.
미국 하원이 지난 주 목요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북한 인권청문회를 보면서 기자는 부끄러운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다.
청문회는 점심도 거른 채 6시간여 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 CNN 등 주요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같은 날 서울은 국정원의 총선자금 조달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청문회는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DJ 집권 이후 내내 그래왔다.
이른바 ‘햇볕정책’ 때문에 인권문제처럼 북한 정권이 듣기 싫어하는 사안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해 왔다. 사정이 그러니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인권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들은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던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북한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주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물론 남한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같은 무관심과 냉담함은 너무하다. 우리가 등 따시고 배부르다고 북한사람들의 고통을 모른대서야 어찌 한 동포라 하겠는가.
남의 나라 사람들은 자기네 국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개탄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데, 당사자인 우리는 온통 ‘대권싸움’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행여 남북관계 개선에 그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참담하다. 북한의 인권문제개선은 자체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국제 사회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어야 한다.
청문회에 참석한 국제 시민단체 대표와 탈북자들도 한결같이"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
그에 앞서 그간 무관심과 냉담함으로 일관해 온 우리 정부와 사회 일각의 자세는 변화돼야 마땅하다.
그래서 북한의 인권개선 문제야말로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와 북한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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