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이 되어 가나보다. 외할머니께서 돌아 가신지... 다른 사람들은 5월이 되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는데, 나는 할머니 생각에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린 시절 엄마가 일을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오빠와 나를 돌보아 주시며 함께 살았었다. 난 그때 할머니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른다.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어른 앞에서는 다리 뻗고 앉으면 안 된다’,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먼저 먹지 말아라’, ‘벽에 등 기대고 앉지 말아라’, ‘소리내며 음식 먹지 말아라’, ‘다리 떨지 말아라 복 달아난다’ 등등... 수도 없이 이어지는 잔소리에 얼마나 할머니를 미워했던지, 할머니 제발 다른 곳으로 가게 하라며 엄마에게 떼를 쓰며 철없이 울던 나. 그렇게 철이 없던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내게 얼마나 큰 약이 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버릇없다는 소리는 안 들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어린 시절 엄마 매의 방패막이가 되어 준 것도 할머니이셨고, 학창시절 내내 맛있는 도시락을 싸주신 것도 할머니이셨다. 그런 할머니께서 손녀 잘되라고 하신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고 싫어했으니 그때 할머니 마음이 어떠셨을까?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 못난 손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게되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첫 월급으로 사 드렸던 스웨터. 수년 전의 그 선물을 아끼시느라 제대로 입어 보시지도 않고 고이 접어놓으신 그 손길, 생신 때마다 내복이며, 속옷이며 사 드렸던 모든 것들이 상표하나 뜯지 않은 채 고스란히 당신의 옷장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늘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신 할머니. 병원 한 번 가는 것도 마다하시고,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호흡이 어려워 가슴 깊숙이 산소 호흡기를 하고 중환자실에 계시면서도 나 죽거든 꼭 화장하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던 할머니. 8남매 키우시느라 당신의 인생은 없이 고생만 하셨지만 참 고우셨던 할머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온다. 자식이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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