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워드 크리스티 정씨, 치매와 직장암의 시아버지 모셔 병수발
"처음엔 힘들어 운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아버님 모시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암으로 투병하는데다 치매까지 시달리는 시아버지 정태익(93)옹을 위해 병수발을 하는 며느리 크리스티 정(47)씨는 고생스럽다기보다는 "제가 오히려 아버님께 더 고마움을 느낀다"고 겸손해했다.
헤이워드에 거주하는 정용국·크리스티 정씨 부부가 시아버지를 집으로 모신 것은 1년 반 전. 오클랜드의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던 정태익옹이 직장암에 걸려 거동이 불편해지자 직접 보살피기로 결정했다.
"얼떨결에 모시기로 했지만 막상 아버님이 엉뚱하게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하실 때면 후회하기도 했다"는 며느리 정씨. 치매환자의 전형적인 의심으로 시아버지가 "밥에 독을 탔다"느니 "밥도 안준다"고 소리지르면 마당에 나가 남몰래 소리를 죽여가며 울기도 했다고.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았던 시아버지였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서 정이 들었다. 처음에 시아버지를 목욕시키는 일이 기겁스러웠지만 이것도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서 매일 아침 면도와 세수는 물론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드리게 됐다.
이스트베이 노인회의 2-3대 회장을 역임한 정태익옹은 유달리 깔끔하고 자존심이 강해 시어머니조차 모시기를 힘들어했었다. 1년 반 전 직장암으로 수술날짜까지 받아놓고도 "몸에 칼 대기 싫다"고 한사코 거부했다.
며느리 정씨는 보름전 시아버지가 화장실에 가다 쓰러지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이스트베이 노인회관에 모시고 나가며 답답함을 달래드렸다.
완고하고 짜증이 많았던 시아버지도 며느리의 정성스런 수발에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하나님 잘 믿어 좋은 며느리 만났다"고 말할 때면 며느리 정씨는 병수발의 짜증이 모두 가시며 기쁜 마음으로 가득차게 된다고.
크리스티 정씨는 오히려 "저에게 좋은 마음을 갖게 해준 아버님께 더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특히 "외아들에게는 효도에 산교육이 되었다"고 말했다. 정씨 부부가 늦게 본 외아들 승범(8)군은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팔다리를 주물러줄 정도로 마음씨가 착하다.
처음에 "할아버지가 냄새난다"고 짜증냈던 승범군. 지금은 가족들이 출석하는 북가주 제일침례교회(담임 위성교 목사)에 나가면 꼭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주위의 칭찬을 받는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소리지르지 말라"면서 "엄마가 늙으면 내가 업어주겠다"고 승범이가 어른스런 말을 할 때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의 산교육을 실감했다고.
며느리 정씨는 세 살 때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셔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랐다. 그러나 한국의 친정 어머니에게 전화할 때면 "시아버지 잘 모시면 자식 대대로 복 받는다"고 격려해준다.
"남들을 위해 더 큰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아버지 수발하는 것이 무슨 신문에 날 일이냐"고 인터뷰를 사양했던 크리스티 정씨. 그러나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모를 버리는 일부 자식들이 있는 현대에 분명 귀감이 되는 가정이다.
"부모를 모시면 속 상하는 일도 있지만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고 산 교육이 된다고 100% 확신한다"는 정씨. 다른 사람들에게는 "양로원에 보내기 보다 모시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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