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에서 백인학생 2명이 사무실로 찾아와 특이한 질문을 했다. 우리 학교에는 흑인학생들의 학업 의욕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시작된 흑인학생 위주의 ‘Young Black Scholars’, 동양문화와 미국 주류사회에서의 동양인의 자리와 업적을 논하는 ‘Asian Club’, 남미 계통의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된 ‘La Raza Unidad’ 등의 다인종 클럽활동이 있다.
문화행사를 할 때에 이들 그룹은 자신들의 문화를 자신 있게 발표하는데 비해 백인학생들의 모임은 없어서 에이레의 축제인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나 독일 축제인 옥토 페스트 등의 문화 발표를 할 수 없는 것이 불만이라며 ‘백인 클럽’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 그동안 나름대로 이 모임을 후원할 교사를 찾고 있지만 아무도 자진해서 응해 주는 분이 없어서 기운이 쪽 빠져 있었다며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지만 ‘KKK’와 연관시키거나 인종차별이란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교사들 모두 이들을 도와 주는데 주저하신다고도 했다.
보통 소수민족 그룹이 주류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이들은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니 이 학생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백인학생들은 자신의 계보(heritage)를 잘 모른다. 필자에게 온 두 학생 중 한 학생은 4분의1이 이탈리안이고 4분의1은 에이레인(Irish), 나머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의 조상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나름대로 문화의 소속감을 같고 싶으며 다른 아이들은 하는데 왜 우리만 안되나 하는 오기도 있어 보였다. 모임의 이름을 그냥 ‘백인 클럽’이라 하는 대신에 ‘European Culture’나 ‘European History’ 등의 학구적이고 좀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고 모임의 회칙을 구상해 그 모임의 구체적인 목적과 구성원에 대해서는 인종을 초월한 모든 학생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후(교내의 모든 클럽도 그 멤버십이 한 인종이나 그룹에 국한되어 있지 않음) 후원 교사를 모색하면 어떨까 조언해 주었다.
문화의 소속감 혹은 자신의 계보(heritage)에 대한 자긍심은 참 중요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그룹을 주류사회에서 고립시키거나 우월감을 갖게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 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께서도 인종별로 혹은 다른 이유로 나누어지는 것 또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로 남미 계통의 부모님들이 참석하는 ‘Bilingual Bicultural Advisory Council, Magnet Program’의 학부모 모임, AVAAS(Advocates for Valley African American Students)라는 밸리의 흑인단체 모임, 교내 한인 학부모회 등이 많은 학교에 있는데 각 모임마다 특징이 있지만 궁극적으론 화합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모임들에도 그 멤버십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참석하는 분들은 다 인종별, 프로그램별로 모여 나의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을 본다.
학교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나의 아이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이익을 얻게 되면 수고하는 학부모님들의 땀과 노력이 훨씬 더 값있고 자녀들에겐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각 기관의 자체 모임이나 행사에 모든 힘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학교의 큰 행사인 오픈하우스에는 참석을 안 하는 경우 참 안타깝다. 지금도 이런 표현을 하는지 모르지만 각 야채의 특징을 살려 만드는 샐러드처럼 각 인종과 문화의 단체가 미 주류사회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은 다인종사회인 학교 내의 학생 모임, 학부모 모임들에서도 각자의 특징을 살려 학교의 전반적인 발전과 화합에 힘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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