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해가 뜨고 지는 나라"
이는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민들이 정치를 가장 싫어하고, 가장 혐오하는 직업의 1위로 ‘정치인’을 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길이 쏠리는 나라도 드물다.
최근 본보 본국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나의 이력서’를 보면 정치의 마력, 권력을 향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코미디의 황제’라고 불리며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이주일씨였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된 순간 "자식들이 코미디언의 아들이라고 놀림받지 않고 이제는 떳떳하게 설 수 있게됐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아내는 개표 다음날 "의원님!"이라고 부르며 이주일씨를 껴안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에서 ‘정치인’이라면 모든 분야를 압도하는 최상의 직업이 되어있다.
’재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정주영씨도 그동안 정치인에게 시달렸던 한을 풀고자 정계에 투신하고 대통령에까지 출마하게 된다.
한국에서 사회, 문화, 경제, 학계 등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으레 마지막 행선지로 정계진출을 생각하고, 자천·타천으로 출마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오죽하면 동창회에서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아무개를 여의도로 보내자"는 농담이 오갈 것인가?
YS의 아들 김현철에 이어 DJ의 3남 홍걸씨가 검찰에 소환돼 구속을 앞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정치 만능주의’가 뒤덮고 있는 한국의 비극을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망국적인 과외열풍이나 입시지옥도 정치적 부산물이다. 좋은 성적을 올려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해야 정치적 성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정계에 입문해야만 정치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이나 관공서, 심지어 대학강단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배경’이나 ‘정치능력’에 따라 승진이나 보직이 결정된다.
이러니 학연과 지연을 총동원해 각종 인맥을 구성해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뇌물을 동원해서라도 "정치를 해야한다"(이 말은 "로비를 한다"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말이다).
신문을 보아도 본국지는 1면부터 뒤로 4-5면에 이르기까지 정치면이 뒤덮고 있다.
정치인의 모든 동정은 마치 스포츠신문의 연예인들처럼 세인들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를 그토록 신물낸다는 한인들이지만 만나면 정치 이야기요, 뒤에서는 신문의 정치면을 제일 열심히 읽는다는 얘기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창출되는 법. 미국신문은 정치면이 극히 한정적이다.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뉴스들이 지면에 올라올 뿐, 누가 어떤 계보를 형성하고, 정계개편이 어떻게 되고, 정치인의 과거와 현재 언행이 모두 도마위에 오르는 한국신문과는 차이가 너무도 크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에 연민이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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