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독립 100주년을 맞아 부시가 한 제안은 카스트로는 분명 거절할 것
이다. 자유 선거를 실시하고 경제를 자유화하면 무역 금수조치를 해제하
겠다는 제안 말이다. 지미 카터의 쿠바 방문 뒤에 나온 이 제안은 40년
된 경제 봉쇄와 여행 금지라는 미국의 대 쿠바 정책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서 불행한 일이다.
물론 쿠바계 미국인 집회와 동생이자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의 기금
모금 파티 참석차 플로리다로 가기 전 행한 부시의 제안 중에서는 칭찬할
만한 것도 있다. 카스트로 정권이 시대착오적인 공산 독재고 쿠바의 반체
제 인사들이 찬사를 받아야 한다는 부시의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부시는 또 쿠바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에 대한 제한을 완화할 것과
미국에 유학 오는 쿠바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쿠바
가 내년 자유 총선을 실시할 경우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
다는 발언도 카스트로가 물러나야만 국교를 맺겠다는 종전 입장과는 차이
를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교역관계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도입해야만 이뤄
질 수 있다는 부시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이런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무역과
외국 투자는 경제 개혁과 민주화를 위한 수단이지 이를 이룩한 데 대한
포상이 아니다.
연방 상원이 2000년 가을 중국과 무역을 정상화하기로 표결했을 때 텍사
스 주지사이던 부시는 "앞으로 미국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자
유와 기업가 정신이라는 미국적 가치를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고 말했다. 자유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부가 조항은 없었다. 쿠바가 이와
는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플로리다의 쿠바계 미국인이라는 압력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연방 의회에서는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라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대기업과 관광객들은 플로리다 해협을 건
너 쿠바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면 쿠바 경제에 대한 카스트로의
장악력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또 더 이상 양키의 희생양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돼 카스트로 정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쿠바의 반체제 인사들이 경제 봉쇄의 해제를 원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
다. 부시는 그들 말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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