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버클리는 유난히 많은 꽃이 피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그 꽃들을 보면 ‘예쁘다’, ‘아름답다’ 하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감정이 앞선다. ‘이 꽃은 이렇게 접으면 되겠구나’, ‘저 꽃은 이 종이로 접으면 예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서니 직업은 못 속인다하겠다. 한국에서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에 시작한 것이 종이 접기이다.
단지 소일거리로 시작된 일이 나 혼자만 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종이 접기 강사가 되었다. 색색의 종이가 나의 손안에서 꽃도 되고 지갑도 되고 귀걸이, 연필꽂이, 가방 등등으로 변신하는데 그 설렘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종이 접기로 작은 봉사를 하고 있다.
한번도 종이 접기를 못 해 보았다던 사모님, 집사님들의 얼굴에서 내가 느끼던 그 설렘을 보았다. 한 작품, 한 작품 만들어 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첫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의 기쁨과 다를 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누고 싶어하던 그 기쁨을 이젠 그 분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고 있다.
비록 작지만 한 번, 두 번 종이를 접을 때마다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접고 또 접으니 다른 어떤 선물에 비할 수 있을까. 종이 공예는 종이를 생활 속에 활용하던 우리 민족의 소산물이다. 서랍장, 반짇고리, 함은 물론 장롱에 이르기까지 종이가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다. 게다가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도 종이는 매우 깊이 개입되어 있다.
어린 시절 지혜지나 종이 비행기 한 번 접어보지 않고 어른이 된 한국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지혜지는 딱지라고 불리며 아직까지도 아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전통놀이이다. 섬세함과 정교함을 요하는 종이 접기는 한국에서 이미 취미활동은 물론이고, 정신치료나 치매예방의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라의 고승 의상도 그 옛날 한 마리의 종이 새를 접어서 소원을 담아 날려보냈다고 한다. 명승인 그가 조용히 앉아 새를 접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우리의 종이 문화를 주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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