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에서 자식 영어교육에 눈 먼 무식한 엄마들이 아이의 멀쩡한 혀까지 수술시킨다는 글을 읽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이 MIT 대학 교수에서(하버드 대학 교수도 겸임) 국무장관으로 임명받고 저돌적으로 취한 그의 행보는 당연히 미국 기자들의 눈에 거슬려 보이게 되었다. 그 때 키신저는 미국 신문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그 회견에서 한 기자가 "국무장관님, 말 좀 천천히 해야 알아듣겠습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다시 말해 키신저의 억센 독일 사투리 액센트가 맘에 안 든다는 불평 겸 키신저 장관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키신저 장관은 그 질문한 기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한마디 던졌다. "여러분, 내 영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닌 제2 외국어입니다."
7세 때 미국으로 부모를 따라 이민 온 키신저 장관의 영어는 좀 딱딱한 액센트가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미국 명문대학의 교수로서 명강의로 유명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외국어 발음에는 높은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 일본인들의 "잣도 이즈(That is)…" 하는 발음으로 세계를 휩쓸고 다녀도 어느 누구 하나 발음이 나빠서 상대 못한다고 하는 나라는 없다. 실력이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포장이 아무리 좋아도 내용이 형편없으면 그는 당장 퇴출감이다.
외국어를 잘 하려면 먼저 모국어를 잘 해야 한다. 바로 모국어의 단어만큼의 뜻을 잘 알면 외국어 단어를 잘 이해하고 그 단어의 용법도 힘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다. 모국어를 500단어 완전히 활용하고 있다면 500개의 외국어 단어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공식이다.
반대로 이곳에서 태어난 손자가 지금 우리나라 말을 나보다 잘 한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 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영어를 조금도 못하는 줄 알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오면 꼭 우리말만 쓴다. 그리고 큰아들과 작은 아들간에 쓰는 대화법에서 할머니에게는 "진지 드십시오" 하고 형제간에는 "점심 먹자"라고 하는 것을 보고 물어본다. "왜 같은 식사를 이렇게 다르게 말하느냐?"
그것이 우리나라의 경어라는 화법이고 문명이 발달될수록 화법의 다양한 발전을 설명해 줄 때 못 알아듣는 눈치였지만 지금도 우리 집에 다니러 오면 경어를 사용할 줄 안다. 한 마디 더 한다면 영어에 쏟는 정성의 반을 중국어나 스패니시에 쏟아주었으면 하는 말이다. 즉, 앞으로 5년 후에 중국어를 모르고는 세계를 들여다보기 힘들 것이고 스패니시를 모르고는 남은 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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