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월드컴, 제록스 등의 연이은 스캔들로 미국 기업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가운데 기업과 뿌리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1년전만 해도 미국 최초의 경영학석사(MBA) 대통령임을 자부한 부시 대통령은 정부 고위직을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채우며 행정부에 기업의 효율적 이미지를 덧칠했다. 부시 행정부는출범초기부터 줄기차게 친기업 정책을 추진, 경제향상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성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으나 기업윤리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고, 이로 인해 증시에 불신의 먹구름이 끼면서 이제는 부시에게 타격을 가하는 부메랑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환경, 에너지, 건강보험, 노동법, 세금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비난은 기업들이 향도 대우를 받던 호경기에는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이들의 위상이 실추된 지금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석유 및 화학회사들의 정화 세금을 폐지, 결손세수를 납세자들의 몫으로 돌렸고, 대기정화법 시행을 완화했으며 ▲기업 세금을 700억달러 줄이는 하원의 감세안을 적극 지지했을뿐 아니라 ▲ 기업들에 대한 감독강화를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요청한 9,100만달러의 예산증액을 거부하는 등 무분별한 친기업적 정책을 추구해왔다며 기업윤리 추락에 따른 현재의 시장불신을 부시 행정부가 조성한 자유 방임적 분위기의 소산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마저 과거 민간기업 중역시절 회계 및 주식거래와 관련해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 유권자들의 눈총이 만만치가 않다.
사실 SEC는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를 지낸 시절 할리버튼사의 회계 부정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할리버튼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분식회계가 체니보다 낮은 사내 재정담당 그룹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적어도 정서적으로 유권자들을 납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정계에 진출하기 전인 10년전 하켄 에너지 기업의 이사이자 회계감사 위원회의 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하켄이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기 두달 전 21만2,000주의 주식을 매각한 사실로 내부자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변호사의 사무착오” “SEC가 이미 무혐의처분으로 종결한 사안” 등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유권자들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증시불안을 희석시킬 요량으로 9일 기업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SEC 예산을 2,000만달러 증액시킬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기업윤리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제스처는 유권자나 업계 모두의 눈에 ‘위선적’으로 비칠 소지가 적지 않다. 기성정치판에 물들지 않은 기업가형 지도자의 분위기를 자산으로 활용해온 그가 이제는 기업들과의 ‘적정거리 유지’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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