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국적인 무대에서 이렇게 꼬일까.
지난해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에 이어 한인으로는 2번째로 영광스런 올스타 무대에 선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3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 안고 올라갔던 리드를 빼앗기는 씁쓸한 올스타전을 치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의 참담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데 다시 한번 전국무대에서 기분 나쁜 경험을 한 것.
9일 밀워키 밀러팍에서 벌어진 제73회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에서 김병현은 내셔널리그(NL)가 5대3으로 앞서가던 7회초 투아웃 주자 1루에서 NL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투타웃 상황에서 등판했기에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되는 부담 없는 출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찬호처럼 김병현의 올스타 데뷔도 시작이 좋지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첫 3타자에 모두 안타를 맞아 5대3 리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5대6으로 뒤집혔고 김병현은 4번째 타자만에야 간신히 필요한 1개의 아웃카운트를 챙겨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가는 난타전이 되는 바람에 패전투수는 면했으나 단 ⅓이닝동안 3안타로 2실점한 김병현은 공식적으로 세이브 실패와 함께 올스타전 방어율이 부끄러운 수준인 54.0으로 기록됐다.
7회초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거포 토니 바티스타를 첫타자로 맞이한 김병현은 1루주자 랜디 윈(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다음 3개의 공이 바깥쪽으로 빠져 풀카운트에 몰린 김병현이 던진 6구째 승부구는 한가운데서 약간 낮게 떨어지는 시속 76마일짜리 슬라이더였고 바티스타는 이를 날카롭게 끌어당겨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 윈을 홈에 불러들이며 추격의 불길을 당겼다. 이어 미겔 테하다(오클랜드 A’s)는 김병현의 초구 직구를 공략,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아내 주자 1, 2루를 만들었고 다음타자 폴 코너코(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바티스타와 테하다를 모두 홈에 불러들여 경기를 5대6으로 역전시켰다. 김병현은 4번째 선수인 A. J. 피어진스키(미네소타 트윈스)를 3구만에 2루땅볼로 잡고 간신히 이닝을 마무리했으나 고개를 숙인 채 씁쓸한 심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경기는 양팀이 연장 11회까지 장단 25안타를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7대7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끝났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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