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번 썼다" 테러범 오인 인도이민자 형과 동생 피살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달리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던 인도 출신 수크팔 싱 소디(50)는 지난 주말 새벽 택시 운전중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길거리에서 비명횡사를 했다.
수크팔의 갑작스런 피살이 가족들에게 더욱 더 기막힌 것은 불과 1년 전 수크팔의 동생 발비르 싱 소디(49)가 피닉스에서 그를 아랍 테러리스트로 오인한 인종 증오범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발비르는 지난해 9.11 테러 발생 직후 미국 내 아랍인 대상으로 자행된 보복 범죄들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였다. 더욱 억울한 것은 발비르는 아랍인도 아니면서 시크교도의 특징인 터번만 둘렀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찍혀 처형(?)된 것이다.
그는 빈 라덴이 누군지 왜 미국 대상으로 테러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좀더 잘 살아보기 위해 8년전 이민, 형제들과 열심히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나가다 참변을 당했다. 그는 피닉스 근교에서 운영중인 주유소 바깥에서 총에 맞았다.
이번에도 그의 형 수크팔이 지난 4일 새벽 4시께 시내의 미션 디스트릭을 지나다 총격을 받았다. 주차된 차량 두대와 전신주를 연이어 들이받고 멈춰선 차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사건 현장이 마약밀매와 범죄로 얼룩진 일명 ‘헤로인 골목’이었다며 그가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무차별 총기난사에 희생된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소속된 유나이티드 택시회사측도 ‘미션 스트릿과 24가는 밤낮으로 살인, 마약매매 등 범죄 다발지역이기 때문에 경찰차조차 진입하지 않는 악명 높은 곳’이라며 증오범죄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1년 안에 두명의 형제, 두명의 가장, 두명의 남편 및 아버지를 잃은 친지들은 수크팔의 죽음을 계기로 1년 전 어이없게 피살된 발비르의 경우를 다시 떠올리며 경악하고 있다. 이들은 수크팔이 ‘또 하나의 인종혐오 범죄의 결과"로 인해 살해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피닉스의 동생 락크윈데르와 딜바르 등은 "왜 우리 집안이 범죄의 연속 타겟이 되어야 하나?"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이번에 피살된 형의 호주머니에 현금 322달러가 그대로 있었으므로 단순 강도사건은 아니다"라며 명확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락크윈데르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의 보복범행 공포는 인도나 파키스탄 출신들에게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 자신도 불과 며칠 전 마켓에 들어온 4명의 청소년들이 물건을 산 후 갑자기 "빈 라덴! 너의 나라로 꺼져버려라!"고 소리를 질러 혼비백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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