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갈수록 버릇없어진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보다 무례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식당과 학교등 공공장소에 가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부모들은 남의 아이 흉볼 줄만 알았지 자기 아이 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부만 잘 하면 뭐하나. 인간성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자식 헛 키운 것이다. ‘먹고살기 바빠서’ 란 변명은 이제 그만. 내가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밖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그 손가락질은 부모에게 돌아온다. 5천년 역사의 동방예의지국 자손인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서야 되겠는가. 개학했다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하지말고 예의 바르고 단정한 아이로 자라도록 예절교육도 시키자. 어떻게 시켜야할지 모르겠다고? 미주한인 2세들을 위해 ‘예절한국학교’를 시작한 이재정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자.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바른 예의를 갖추고 살아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나 어른 앞에서 공손하지 않으면 호된 꾸지람을 들었지요. 부모의 생신 때는 돈봉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찾아뵙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바른 예법이었습니다”
오는 14일부터 등대한인교회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는 이재정씨(46)는 3년전 미국에 이민 온 후 2세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얼굴은 한국아이들인데 도무지 미국아이인지, 한국아이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한국말은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 예의범절에 대해 깜깜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이씨는 오로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99년 ‘한국예절원’을 개설했다.
그러나 부모들의 무관심으로 예절원은 얼마 안가 문을 닫았고 이씨는 세리토스의 소망교회 한국학교에서 2년동안 예절교육을 가르친 후 이번에 등대교회의 초청으로 LA에서 새롭게 예절한국학교를 열게된 것이다.
이재정씨는 경희대 무용과를 나와 MBC-TV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프로그램의 안무와 기획을 해왔다. ‘뽀뽀뽀’와 ‘야! 일요일이다’ ‘모여라 꿈동산’등이 대표적인 프로들. 그러나 세아이를 키우며 방송일 하기가 너무 벅차 94년 뉴질랜드로 이민갔는데 거기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
이민역사가 짧아서인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오클랜드 한국학교를 세운 그녀는 한국어와 한국무용, 매듭, 붓글씨등 한국문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
또한 뉴질랜드 한인회의 문화홍보 이사로 위촉된 그녀는 한인학생들 뿐 아니라 뉴질랜드 교육계 인사들의 권유로 현지의 3개 중고등학교와 오클랜드 대학원 한국어과 학생들에게도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경력도 쌓았다. 미국에 와서는 예절교육을 시작한 외에 가든그로브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빛의 아이들’이란 무용선교단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옷고름 똑바로 맬 줄 아는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합니다. 영어와 미국문화는 가르치면서 한국의 예절과 문화는 등한시하는 부모들이 많아 안타깝기 짝이 없어요. 한국아이들에게는 한국문화를 확실하게 가르쳐야 뿌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와 가까워지면 한글도 저절로 익히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어요”
세아이의 어머니인 이씨는 자신이 갑자기 ‘예절’을 가르치겠다고 나서자 자녀들이 “엄마가 잔소리한다”며 잘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직접 문헌을 연구해 자신이 교재를 만들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편찬한 한국 전통예절에 관한 책을 참고해 요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고쳐 썼고 2세 아동들을 위해 영어로도 번역한 것.
<글 정숙희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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