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노라면 어린 시절 자라났던 고향생각도 나고, 성묘를 못해드리는 조상들께 죄송한 마음도 든다. 특히 금년 추석은 불과 1년 전 9·11 테러로 비명에 간 수 천명의 무고한 죽음을 생각하며 삶의 가치관을 되새기게 된다. 인류역사에 오명을 남긴 테러범들의 삶은 하루사리 만큼도 값어치가 없지만, 반대로 남을 위해 살며 유한한 생명을 바르게 쓰고 간 사람들은 죽어서도 존경받는다.
마치 남을 위해 살려고 태어난 듯 평생 땀을 흘리며 노력한 사람, 그 노력
을 사후에 크게 인정받는 두 사람이 있다. 이 달에 사망한 알베르 슈바이처와 이 달에 태어난 필리푸스 아우레올루스 파라셀수스가 바로 이들이다.
1965년 9월 4일 90세로 작고한 슈바이처는 알자스의 카이저스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독일 영토였던 알자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슈바이처도 독일인에서 프랑스인이 됐다. 칸트 연구자이자 신학자이며 바흐 연구자이자 탁월한 오르간 연주자였던 슈바이처가 세인의 존경을 받는 것은 그가 다재다능한 천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의사로서 아프리카에 들어가 박애주의의 의료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프랑스령 가봉 공화국을 중심으로 벌인 그의 의료활동은 30대에 시작돼 노년까지 이어졌다.
선진문명의 유럽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한 생활을 박차고 오지인 적도 아프리카에 가서 가난하고 무지막지하며 불결하기까지 한 환자들과 거의 한 평생을 지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슈바이처는 40대 이후‘원시림의 성자’로 불리며 괴테 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됐으며 마침내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슈바이처의 인도주의는 유색인에 대한 백인의 시혜라는 부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도(人道)의 전사’인 슈바이처가 흑인 환자들을 자신과 대등한 친구로 대하기보다는 동정을 베풀어야할 하급 인종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일부 슈바이처 비판자들은 그가 항일투쟁중인 중국 공산당원들의 친구로서 그들을 치료했던 캐나다 의사 노먼 베순과 달랐고, 스스로 제 3세계 출신 의사로서 제 3세계 민중의 해방을 위해 아예 청진기를 내던지고 총을 들었던 케 게바라나 프란츠 파농과도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초로 의학에 화학적 개념을 도입한 의화학의 원조로 추앙받는 파라셀수스는 스위스의 아인지델른서 1493년 9월24일 태어났다. 바젤대학서 공부한 뒤 1526년 시의 공인의사 겸 교수가 된 그는 그러나, 의학에 대한 개념이 너무 혁신적이어서 두 해 뒤 바젤에서 추방당했다. 중세 암흑기를 살았던 파라셀수스 역시 점성술이나 연금술을 자기 의학의 한 뿌리로 삼았다
는 비판을 듣지만 그는 산화철·납·구리·수은·아티몬·비소 등의 금속들을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해 ‘근대 약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세상의 모든 약은 독이고 약과 독의 차이는 그 사용량일 뿐”이라는 그의 유명한 말은 약학은 독성학과 동전의 양면을 이룸을 시사해주고 있다. 파라셀수스는 또 수은, 유황, 소금이 물질계의 근본이라는‘3 원소설’을 주창하며 학문으로서의 화학을 태동시켰다.
자기가 가진 천부의 재능을 속히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능에 땀까지 보태가며 인류복지를 위해 봉사한 이들의 가치관이 참으로 아름답다. 역경을 만나도 끝내 전화위복으로 만든 이들의 도전정신은 우리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동포사회 안에서도 남에게 누를 끼치거나 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약삭빠른 수지타산을 삶의 가치관으로 삼는다. 육신의 향락과 편의를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종착역은 뻔하다. 자멸인 것이다.
남에게 덕이 되는 사람들의 희소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솔하고 우직한 농부들의 삶의 가치관이 귀하게 여겨진다. 한인사회는 항상‘추수할 일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한’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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