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항구=조택수 기자> 9일 오후 6시 2주만에 다시 조업을 재개한 오클랜드 항구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항구 각 작업장에는 여전히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었으며 여기저기 높게 쌓여있는 컨테이너와 선로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각종 장비들이 항구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했다.
항구측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어렵사리 들어간 내부 작업장은 그동안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탓인지 적막감마저 느끼게 했다.
6시부터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7시가 다 되어서야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7시가 조금 넘어 재개된 1차 하역작업은 새벽 4시까지 이어졌으며 2차 작업은 10일 오전 8시부터 재개됐다.
국제연안창고노조(ILWU)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재개된 조업에 태평양해운협회(PMA)측이 430명 정도의 인력을 신청했으며 180명 정도가 투입됐다.
보통 하나의 컨테이너 작업을 위해 크레인 운전사 등 6명이 한 팀을 만들게되는데 한진해운의 경우 7시경 첫 번째 조업에는 4팀을 신청했으나 2팀이 작업을 시작해 평상시 2/3 수준의 작업이 이루어 졌다. 10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된 2차 작업에는 4팀이 참가해 작업 속도가 약간 빨라지고 있었다. 케니 리 한진해운 오클랜드 터미널 리렉터는 "정상적 작업을 위해선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태업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우려했던 야간작업 거부도 없어 표면적으론 정상적인 조업재개였다.
그러나 조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파업의 불씨가 되었던 5명의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온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마이클 쉬로브스키씨는 "안전문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노동력 절약을 위한 신기술 도입에만 급급한 사용자측에 환멸을 느낀다"며 "설사 태업으로 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을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 노조원들도 강제명령에 의해 조업에 참가는 했지만 풀어야할 문제는 여전하다는 태도였다. 노조원 빌 리처씨는 "국가경제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측간의 불신의 씨앗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조업재개는 별 의미가 없다"며 "태평양해운협회가 진솔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 진행 중 곳곳에서 간간히 노조측과 사용자측 관계자 간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에 의한 불상사는 없었다.
스티브 스텔론 노조 대변인은 작업이 재개되었다고 해서 협상이 끝난 것은 절대 아니라며 "특히 과거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루어질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관계자들과 노조원들을 해고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태평양해운협회 측 관계자는 "일단 조업이 재개된 사실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불업 태업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노동자측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해운회사들도 조업은 재개되었지만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날 재개된 조업을 시켜본 김종훈 한진해운 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은 "오늘 조업 상태를 보더라도 원활한 하역과 물류수송이 이루어지기 위해 최소 한 달은 소요될 것" 이라며 "협상이 완전 타결되기 전까지 계속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오클랜드 항구에는 총 35척이 하역작업을 대기 중이며 한국 국적 선박은 한진해운 소속 2척의 배가 하역 대기 중이며 2척은 근해에서 대기중이다. 현대해상은 오클랜드 항구로는 배가 직접 들어오지 않고 LA지역에 4척이 하역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만폐쇄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을 비롯 미국 현지 기업들은 최소 하루 10억∼2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으며 이 여파로 연말까지 14만여개의 일자리 감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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