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학생들도 돈을 쓰지 않습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그동안 ‘불황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대학가도 매출이 주는 등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 버클리 앞 텔레그라프 에비뉴를 끼고 형성된 대학촌은 그동안 수만명의 대학인구를 거느린 ‘알짜 비즈니스 지역’으로 꼽혀왔다. 특히 대학생들은 경기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소비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불황이 2년째 깊어지면서 올 가을학기부터는 "대학가 경기도 예전 같지 못하다"는 상인들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업주들은 "지난해보다 최고 30%까지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이상 텔레그라프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해온 미국인 주인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매상이 줄었다"면서 "처음엔 날씨 탓인가 했는데 이제는 불경기 때문인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식당을 중심으로 한 한인업소들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형업소일수록 매출감소가 커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은 부모의 경제지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대학생들이 줄어든 용돈으로 외식과 쇼핑을 줄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버클리 3년생인 한인 박모군은 "많은 친구들이 부모로부터 부쳐오는 용돈이 줄었다고 말한다"면서 "이에 따라 일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당국이 제공하는 재정보조 예산이 줄어든 것도 대학가의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UC당국이 올 가을부터 재정보조 예산을 30%가량 줄이면서 대학생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고 있다.
줄어든 용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식 대신 기숙사 구내식당을 이용, ‘내핍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듀란트 에비뉴에서 J마켓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는 "지난해보다 술 매상이 줄고 그로서리 판매가 늘었다"면서 "자취하는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경우가 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대학생들의 씀씀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들의 경우 현금보유가 적은 대신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비율이 높은데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자식들에 대한 용돈지원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한 상인은 말했다.
이에 따라 현찰로 용돈을 보내는 대신 학교내에서 ‘플라스틱 머니’로 통용되는 ‘푸드 카드’를 사주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불황은 업소계약에도 영향을 미쳐 과거 빈 업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버클리 대학가에 ‘리스’ 간판을 내건 빈 업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상인들은 "미국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면서 "업소 렌트비가 오르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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