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서울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다니니까 차로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내가 모실께요. 그래요 고모(시누이) 무주구천동으로 가요.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자원봉사 신청을 하고도 직장에서 놓아주지 않아 불발했던 기억이 있어 꼭 가보고 싶었다.
무주구천동,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경계를 이루는 이곳에 국내 최대규모의 무주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예견했던 대로 82년에 보았던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알프스산 산장이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직접 설계하고 티롤 지방 기술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호텔답게 벽난로까지 알프스 풍이다.
다음날 아침 곤돌라를 타고 구천동 절경의 마지막 33경인 향석봉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데 "안녕하세요. 어제 밤에 전화하려다가 너무 늦어서 못했어요. 아이들이 아무 이상이 없고 차도 크게 손 볼일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 밤 호텔 앞 진입로에서 접촉사고가 있었는데 이렇게 자기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하는 광주에서 온 젊은 부부이었다. 독일에서 가져왔다는 가문비나무 오솔길을 내려오면서 세상은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주 장날은 때묻지 않은 옛날 그대로의 장터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장돌뱅이나 약장사가 없어 아주 조용한 가운데 촌노들 만이 농사지어 가져온 것들로만 가득한 장터에는 사기만 하면 덤으로 주는 것이 많아서 사양을 해야할 정도로 넉넉한 인심이 있었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관문이었던 나제통문을 비롯해 원낭천을 따라있는 70리 구천동 계곡의 가을 절경은 세상의 시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 단풍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무주구천동의 끝 부분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중의 하나로 이름난 백년사가 있었는데 전성기 때는 9천명의 승려들이 도를 닦던 곳이어서 구천동이라는 이름을 낳은 천년 명찰이라고 했다. 대웅전을 나와 일주문에 도착하면 영국의 언론 황제 호더미어 자작의 부도(浮屠)를 접하게 되는데 그의 부인(한국인)을 사랑하며 이곳에 남기를 원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영원한 사랑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가을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