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보러 미국을 여행삼아 들르는 김초지씨(62·사진)가 시카고에 정착하게 된 사연과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은 남다르다.
“미국이 별로 안 좋아서 지난해 9월13일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9·11 테러가 발생, 발이 묶였지 뭐에요. 덕분에 갑자기 영주권도 신청하게 됐고 이제 여기서 살게됐어요.”
한국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김씨는 1개월여동안 집에서 곰곰히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다가 한달 후인 10월부터 너싱홈에 입주한 연장자들을 보살피러 너싱홈에 다니기 시작했다.
“잘 아는 할머니가 집근처에 있는 너싱홈에 입주해서 보살피러 다녔어요. 저도 혼자니까 처음에는 거의 매일 너싱홈을 찾았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너싱홈 가는 것이 일과중 하나가 됐네요.”
아프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면 20분간 산보삼아 걸어 앰베서더 너싱홈을 찾는 김씨는 연장자들의 식사돕기를 비롯, 손톱 정리, 이발, 노래 불러주기에 이르기까지 만능 도우미역을 하면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많은 어른들이 치매 환자여서 잘 기억은 못하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기억을 다 하시고 계세요. 누구 왔었느냐고, 뭘 기억하느냐고 물으면 늘 가족들에 대한 것들은 똑똑히 기억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노래를 불러드릴 때면 눈물이 핑 돌곤 해요.”
너싱홈 연장자들 사이에서 ‘마리아(김씨의 천주교 본명)’로 통하는 그는 오하이오에 있는 아들집에 며칠 가 있을 때면 너싱홈 연장자들이 더욱 생각난다며 한인들이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함께 너싱홈을 방문, 연장자들의 말동무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같은 우리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먹을 것, 입을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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