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나이 50대에도 치매증에 걸리는데 어떤 사람은 나이 70-80대에도 정신이 맑고 건강할까? 치매증은 주로 환경적인 요인에서 오는가? 개인적인 차이에서 오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 켄터키 대학 연구팀은 수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았다. (수녀들은 환경과 생활 여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이를 알기에 적절한 대상이었다.) 어떤 수녀들은 50대에도 치매증에 걸리고 어떤 수녀들은 70-80대에도 치매증세가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연구팀은 교황청의 허락까지 받아 이들의 일기장을 조사 분석했다.

그 결과, 일찍부터 치매증에 걸린 분들의 일기장은 젊은 시절부터 대개 별로 의미 없는 간단한 내용이었거나 비어 있었다. 그러나 70-80대에도 치매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분들의 일기장은 일찍부터 의미 있는 일들과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의미와 생각이 가득찬 (idea-density) 생활을 하면 나이가 많이 들어도 치매증 없이 건강하고 의미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것은 내가 작년 미국 신문에서도 읽고, 자연 치유 전문의사인 이상구 선생의 오디오 테이프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책방에서 두어 차례 사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큰 동생이 가져 와서 읽었던 월간지 <좋은 생각>을 상기하기도 했다. 아주 좋은 잡지였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지난 10월 11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 켄터키 대학의 치매증 연구 결과를 상기했다. 금년 78세의 카터는 1980년 선거에서 레이건에게 패배, 대통령직을 물러났지만, 그 후에도 계속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을 해왔다. 집 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자선 구호 단체(Habitat for Humanity)에 부인과 함께 들어가 손수 못질을 하고 벽을 세우는 등 노동을 했다. 또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평화 운동, 인권 향상, 빈곤 퇴치, 위생 시설 개선 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1982년에는 아틀란타의 에모리 대학에 카터 센터를 설립하여, 정책 연구 자문을 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북한과 쿠바에도 초청을 받아 방문, 김일성 및 카스트로와 국제 분쟁 해결을 논의했다.

반면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화려한 무대와 스포트 라이트가 사라진 생활로 들어간 레이건은 곧 치매 증세가 악화되어 지금은 부인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물론 그의 치매증이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의 퇴임 후의 상황을 보면, 레이건은 카터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 카터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2년 전 한국 대통령이 받은 같은 상과도 비교해 보게 된다. (도저히 루머라고 볼 수 없는) 최근의 소식을 보면, 그의 수상은 천문학적인 물량 공세로 북한과 정상 회담을 이룬 덕택인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다 잘 아는 대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튼, 80세에 가까운 카터가 여전히 건강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가 젊은 시절부터 다져 온 굳건한 인생 철학과 깊은 신앙심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런 바탕 위에서 늘 좋은 생각, 겸허한 자세, 참된 봉사 정신이 가득 찬 매일의 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