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소한 범법혐의 기록만으로 멀쩡한 사람이 체포된다. 그리고 몇주씩 구금된다. LA 국제공항에서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일이다. 9.11테러 이후 외국인 입국 심사가 부쩍 강화된 후 일어난 현상으로 최근 한달 사이 4명의 한인이 공항에서 체포돼 구금됐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백승택씨 구금사건이다. 백씨는 한국 방문 후 지난 2일 LA 공항을 통해 들어오다가 체포됐다. 과거에 체포 기록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다. 그리고 3주 이상 구금됐다. 그것도 병자의 몸으로. 그리고는 무혐의로 석방됐다. 백씨 외에도 적지 않은 한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공포와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것이다.
이민국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저지하는 최전방 초소가 바로 공항이다. 한 명의 테러리스트의 잠입도 허용할 수 없다. 보다 타이트한 단속을 펼친다. 그러다 보니 때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백씨 구금사태도 일단은 과잉단속이 빚은 비고의성 실수로 볼 수 있다. 경우가 그렇다면 이민국은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전혀 엿볼 수 없다는 게 백씨의 항변이다. 그렇다면 이는 공권력의 횡포다. 명백한 인권침해다.
이민국의 횡포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9.11 테러 이전에도 일종의 ‘색깔 단속’을 통해 한국여권 소지자들을 마구잡이로 감금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테러가 발생했다. 반이민 정서가 팽배하면서 소수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미국사회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민국의 과잉단속,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비시민권자 인권침해는 이런 사회 분위기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이점에 있다.
기본 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비상시라고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테러 전쟁의 목적도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을 수호하자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공권력 횡포에 무감각 증세를 보여왔다. 주류사회의 언어 폭력에는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 한인사회를 모멸하는 주류 언론의 편향 보도에 침묵이 예사였다. 공권력 횡포에는 수동적 항의가 고작이었다.
이번 사태는 ‘테러와의 전쟁중이니까’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덮어서는 안 된다. 한인 커뮤니티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인권은 거저 지켜지는 게 아니다. 비상시일수록 더 그렇다. 공권력의 횡포가 있을 때 커뮤니티는 저항을 해야 한다.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다민족 사회인 미국이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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