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박물관이 이사장과 관장 등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미 박물관이 LA 한인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1년이다. 그 때는 윌셔 가에 제법 큰 전시실도 갖고 있었고 한국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까지 초청하는 대대적인 기금 모금 행사를 여는 등 제법 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1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박물관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 2년 간 무려 4명의 관장이 자리를 바꾸는 등 내부적 혼란 속에 10여 년 간 모아온 기금은 거덜난 상태고 변변한 전시실마저 없다. 그 동안 모은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한인 사회는 알지 못한다. 회장 월급 등 인건비와 잡비로 흐지부지 없어졌을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한미 박물관은 준 경찰서와 함께 처음 큰 뜻을 품고 시작했다 용두사미가 된 한인 사회의 대표적 사업이다. 관장이 바뀔 때마다 변신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년이면 이민 100주년을 맞는 미주 한인 사회에 이민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훨씬 긴 유태인 사회는 그만 두고라도 일본 커뮤니티만 해도 그럴듯한 이민 박물관을 갖고 있다.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사업 중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박물관의 정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이를 한인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좌표로 삼는 것은 이민 1세대들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새 회장단과 이사진은 박물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곧 기금모금 파티를 연다고 한다. 한인 사회는 박물관의 재기를 당연히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박물관 관계자들은 어째서 거창한 꿈을 품고 시작한 박물관 사업이 이처럼 엉망이 됐는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금까지 모은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나를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모아 사용할 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마저 과거의 구습을 되풀이 해 한인 커뮤니티가 땀 흘려 보탠 돈을 또 다시 낭비한다면 더 이상 한인 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새 임원진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제대로 된 이민 박물관 만들기에 헌신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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