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동트기 전부터 시작되는 나의 하루. 등교하는 두아이,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식사와 점심도시락까지 부산스레 움직여 챙겨놓고 다시 아이들 방을 돌며 등교준비 도와주고...... 그라지를 빠져나가는 차창을 향해 우리모두 서로 보람찬 하루되자고 손 흔들며 빌어주고......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한주일이 지나고 이제 그 끄트머리 금요일 오전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떠난 자취를 대충 정리하고, 베큠하고 찻물을 올려 놓는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4번 1악장 아다지오를 헬렌황의 연주로 듣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음의 배열이 나의 가슴을 정겹게 터치하며 나른한 마음을 쓸어 내린다.
오늘부터 주말이다. 아이들하고 어떻게 보내지? 참 오늘은 아이들하고 가
족문집을 만들기로 했었지. 한주간동안 쌓인 긴장을 풀고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문집말이다. 오늘 주제는 뭘로 할까? 찻물이 끊는다. 둥굴레차 티백 한봉지를 컵에 넣고 물을 붓는다. 어떤 메시지로 아이들의 가슴에 호소하나? 마음의 긴장은 풀리면서도 아이들의 대한 상념은 여전하다.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나의 공간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여보세요? 한국일보 00기자입니다"
"네, 그러세요."
"여성의 창 원고를 청탁합니다."
원고청탁이라? 꽤 낯설고 부담되는 단어다. 마음을 다 드러내놓고 글을 써본지가 언제였더라? 실로 아득하다.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자리가 바뀌면서 10여년동안 펜을 가까이 할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 내가 어찌 감히 수많은 독자들을 향해 졸필을 휘젖을 수 있을까?
글씨를 통해 마음의 생각과 느낌을 여럿이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특권중의 하나이다.바쁜일과때문에 여과되기 쉬운 작은것들의 감사, 감동, 기쁨 그리고 그애틋함의 첫행을 작은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그어본다.
쓰는이 그리고 읽는이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신선한 충격(?)을 잠시라도 나눌수 있다는 것- 고인물이 아닌 교포사회의 흐르는 물의 일원으로서의 작은역할이 아닐까?
창가의 햇살이 감미로운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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