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여인
(Femme Fatale)
★★★★
야할 만큼 스타일 화려하고 섹시한 스릴러로 제목은 필름 느와르의 남자 잡는 여주인공을 말한다. 첫 장면에 나오는 흑백영화 ‘이중 배상’의 뼛속까지 사악한 여주인공 바브라 스탠윅은 ‘치명적 여인’의 여주인공 로르의 선배격.
영화를 쓰고 감독한 사람은 폭력과 섹스를 좋아하는 히치콕의 아류인 브라이언 드 팔마. 그의 영화는 독창적이라기보다 과거 여러 영화의 이 부분 저 부분을 빌려와 합성한 듯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리서 찍은 이 영화는 드 팔마가 필름 느와르와 히치콕을 경배해 만든 것으로 특히 봐에리즘(엿보기)을 즐겨 히치콕의 ‘이창’을 생각나게 한다.
시각 스타일이 요란한 드 팔마는 여기서도 여러 각도에서 상하 좌우로 카메라를 부단히 회전하고 움직이고 또 화면을 양분하는 등 재주를 부린다.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볼레로’와 히치콕 영화의 단골 작곡가 버나드 허만의 것을 모방하고 있다.
칸영화제가 열리는 극장 안 화장실에서 장시간 벌어지는 금발의 늘씬한 미녀 로르(모델 출신의 레베카 로미진-스테이모스가 천박하도록 뇌쇄적이다)의 다이아몬드 절취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 희롱하는 듯한 시퀀스는 정말 대담무쌍하다. 그리고 로르는 공범을 배신하고 다이아몬드를 독식한 채 다른 여인의 신원을 취하고 사라진다.
7년 후 로르는 릴리라는 이름으로 주불 미대사 와츠(피터 코요테)의 아내가 되어 파리를 다시 찾는다. 그런데 한사코 사진촬영을 거부하는 릴리의 얼굴이 한물간 파파라초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에 의해 찍혀 태블로이드에 팔리면서 릴리는 과거 공범의 추적을 받는다.
다시 한 번 변신해야 할 입장이 된 릴리는 긴 다리와 늘씬하고 선정적인 육체를 사용, 봉 같은 니콜라스를 유인해 자작 납치극을 꾸민다. 그런데 과연 여기까지의 얘기는 사실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논리를 저버린 2중 3중의 복잡한 플롯을 지닌 내용이나 아이가 크레용 장난하듯 한 스타일(천둥번개가 치고 비까지 내린다) 등에서 관객을 상대로 장난을 다소 심하게 치고 있다.
로미진-스테이모스와 반데라스의 관계는 정열적이라기보다 순전히 육체적인 것으로 드 팔마는 늘 그러하듯이 여기서도 여자를 물건 취급한다.
감독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은 영화로 허세를 부리고 있으나 천기가 흐르도록 다채롭고 섹시하며 또 도전적이며 스릴 넘친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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