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 전국적으로 실시된 중간선거일에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렸다. 여름 내내 가뭄으로 속을 태우더니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온다. 잔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판국에 날씨까지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즘이다. 장대비를 창문으로 멀거니 바라보면서 한인사회를 앞날을 보는 듯 해 우울하기까지 했다.
이번 중간선거에 한인사회는 무엇을 했을까? 한인사회에 수 많은 단체들이 있고 저마다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수 많은 교회들은 무엇을 했을까? 한인 인구 7만이라는 아틀란타도 이제는 하나씩 제대로 자리를 잡고 틀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조직적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한인사회를 팔아 주류 정치인들과 교분을 쌓고, 명함에 한줄의 경력을 더한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 무엇을 했을까?. 정작 필요하고 일을 해야할 땐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게 우리 한인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아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된 듯 하다. 이미 고착화된 이런 아류 문화를 타파하고 새롭게 태어날 순 없는 것일까.
정치인들뿐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이익단체들과 아무런 커넥션이 없어도 될만큼 우리가 이 사회에서 공고히 자리잡고 있다고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되는대로 살아보자는 것일까.
여하튼 한인사회는 철저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정치적 공황에 빠져 있었다. 때만 되면 모든 단체장 후보들은 공약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정치력 신장’ ‘주류사회 진출’ 등을 들먹이며 한인들의 권익을 운운한다. 유권자등록 캠페인이나 참정권 행사에 대한 홍보도 철저히 외면했다. 이런 풍토에선 한인사회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 리더십이 없는 한인사회는 긴 터널을 벗어나기 어렵다. 불우이웃돕기도 좋고 장학금 및 사회봉사 기금 마련 골프대회도 좋다. 허나 현재 아틀란타 한인사회에 더욱 시급한 것은 저급한 아류문화가 고착화 되기전에 지도자들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절대 과제인 듯 하다. 건강한 사고와 의식을 가진 지도자만이 건강한 미래로 한인사회를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우둔한 생각일지 모르나 교회나 세상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모두 한 울타리 안의 양떼인 것이다. 교회 안에서보다 사회에서 사랑이나 믿음, 정직, 인내 등 신앙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이민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허지만 아틀란타 교계의 역할은 한인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교계도 일어서 한인사회가 바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덕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옳지 못한 것들의 타파를 외치는 의식개혁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교계나 한인사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인사회 구성원 각자가 교회의 신도이고 신도들 각자가 사회 구성원이지 않은가.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는 각 교회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협된 사고에 문제가 있다. 달리 말하면 공동체 삶에 대한 의식이나 비젼의 문제인 것이다. 교계 지도자는 한인사회 지도자나 다름없다. 교회와 한인사회를 구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러므로 교계도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한인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지도자들이 늘 한 목소리로 외치는 ‘한인사회 대화합’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인사회를 팔아 주류 정치인들에게 ‘한인사회 대표’라는 수식어로 그동안 한인사회 대외창구 노릇을 했던 인사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주류 정치인들과 개인적인교분을 쌓기 위해 한인사회를 파는 불순한 행동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뿐이다. 한인사회를 위한 순수한 열정이 없다면 그만두어야 한다. 한인들이 한인사회에 등을 돌리고 서로 비방하고 폄하하는 이런 좋지 못한 문화가 유래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잘못된 인사들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들이 항상 비교하는 유대인 커뮤니티는 정계와 언론, 연예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제관계, 민족간의 관계, 사회 이슈, 그리고 유대인의 정체성 문제까지 전세계 유대인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한 활발하고도 힘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파워는 조직적으로 큰 규모의 단체에서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의 정치참여와 집중력을 통해서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이들은 모두 열심히 투표하며, 정치인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쓰고 자신들의 목표가 관철되도록 정치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이제 아틀란타 한인사회도 긴 무명을 벗고 우리의 권익을 위해 하나씩 벽돌을 쌓아야 한다.
<편집·취재부장/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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