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일요일에 보게 된 아름다운 점심 식사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아틀란타에서 어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조지아 동쪽 I-85 하이웨이의 Hartwell Exit(#177)을 나와 한인 부부가 경영하는 <가족 농장>에 들렀다.
약 2년 전 이곳을 우연히 알게 되어 아틀란타 가는 길에는 별 일이 없는 한 여기에 들러서 점심도 먹고, 신선한 채소들을 구입하는 기쁨을 즐긴다. 이 날도 1시 경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무와 가을 배추를 밭에서 직접 뽑아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홈메이드 빵도 사고 계산도 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 이들 가족이 모두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틀란타 근교에 사는 두 아들 가족도 함께 하고 있었다. 나이 어린 손녀들도 조잘대며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은 여러 가족이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함께 하는 데서 저절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여기에 또 다른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이런 저런 것들이 있었다.
우선 이들의 음식이 너무나 단순하고 신선하기 때문이 아닐까? 공장에서 수많은 가공용 첨가물들을 통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 식품이다. 잡곡밥을 만든 보리, 현미, 콩 등을 제외하면 대개가 그들의 농장에서 금방 나온 신선한 채소들이다. 미나리, 배추, 박나물, 무, 가지 등은 물론이고, 도토리 묵, 된장, 고추장도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빵도 밀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공장에서 나온 밀가루를 쓰지 않고 통밀을 구입하여 직접 빻아서 만든다.
또 다른 아름다움의 요소는 이들의 튼튼한 가족 사랑일 것이다. 두 아들 가족이 매주 토요일마다 70-80 마일을 운전하여 올라와 교회를 함께 가고, 일요일 오후에 내려 간다고 한다. 아들은 농장 일도 거들고 며느리는 부엌 일을 돕는다. 이들은 일요일 점심 식사를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물론 자연식 중심이다. (손님들은 원하는 대로 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뽑고 고구마를 캘 수도 있다.)
한편 이들의 식사를 아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방 한쪽 벽에 붙여 놓은 한 편의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나를 보고 사랑으로 살라 하시고/예수님은 나를 보고 전도하며 살라 하시네/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예수님 바라보고 살다 오라 하시네."
이 것은 어떤 스님이 쓰신 시를 주인 아주머니가 내용을 바꾸어서 직접 써서 붙여 놓은 것이다. 본래의 내용은 이렇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지난 봄에 이 곳에 들렀을 때 아주머니는 벽에 걸린 자신의 변형된 시를 자랑스럽게 보여 주며 나에게 감사했다. 작년에 출간된 필자의 칼럼집 <시월 나그네>에서 스님의 시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튼 부인이 쓰신 시 속에 담긴 사랑과 믿음이 이들 가족의 식탁 위에 말없이 번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식사는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이 <가족 농장>의 전화 번호를 여기에 적어 둔다. 706/376-3560, 박용근 장로)
/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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