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지난 5일 있었던 중간선거의 결과를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다.
설마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민주당에 완승을 거두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언론과 정치분석가들 조차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양당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어 예측불허의 선거라고 전망했었다.
중간선거 전이나 후나 미국 유권자들은 이라크전쟁보다는 경제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 미국 경제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국가안보를 이슈로 내세우며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부시대통령을 ‘철부지’라며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이러한 상황만 감안해도 미국 유권자들은 그같은 불만표시로 민주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미국민들의 그러한 성향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왜 이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은 공화당이 잘했다기 보다 민주당이 너무 못했기 때문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점이 별로 없었다. 경제문제 외에도 부시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역대 중간선거의 집권당 견제심리와 싸워야 했다.
그래서 공화당은 부시대통령을 필두로 열심히 뛰었다.
미 언론이 한결같이 이번 선거를 ‘부시 대통령의 승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9·11 테러 이후 ‘국가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정부에 힘을 몰아줄 것을 호소한 부시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런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은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리한 상황임에도 경제문제나 안보문제에 있어 민주당보다 더 나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선거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도 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이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불안하다면 집권당을 찍는 것이 그래도 났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공화당 압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엘 고어 민주당 전대통령후보도 선거 다음날 곧바로 ‘민주당 쇄신’을 주장, 이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전적인 지지표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다수 미국민은 경제보다 안보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시정책에 우려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미국의 일방주의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제 중간선거가 끝났다. 경제는 다시 어려워져 ‘더블 딥’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라크 공격도 ‘UN결의안’이라는 마지막 장애물이 치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결과를 놓고 속상해 하며 앞으로의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전쟁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는 더욱 중요하다. 남은 2년, 부시대통령은 전쟁 보다 경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중간선거에 나타난 미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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