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7월 미국 오닐 재무장관이 조세제도 개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시사하였다. 이러한 미 재무장관의 발표 이후에 한국에서도 법인세 폐지에 대한 찬반의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다. 모든 세부담은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귀속되며, 법인세 폐지로 기업의 투자활동에 경제적 왜곡도 줄어지기 때문에 법인세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학계와 재계의 주장과 법인세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와 그에 따른 개인의 세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법인세는 존속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팽팽하였다.
이러한 법인세 폐지에 대한 검토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조세제도에서 法人(Corporation)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않된다. 한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법인은 개인과 달리 실재로 존재하는 인격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법률적 인격이 부여되었다는 法人擬制設의 법논리를 따르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법인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법률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法人實在設의 법논리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법인의 순소득에 대해 단일의 법인세율(프랑스: 33%, 독일: 39.4%, 한국: 16% & 27%)로 과세하되, 주주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법인소득세와 개인소득세가 이중으로 과세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개인 및 개인기업의 소득에 대해 과세되는 개인소득세율(10∼38.6%)과 유사한 세율체계(10∼35%)로 법인소득에 대해 과세하면서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S-corporation에 해당되는 가족기업의 경우에 한해서만 법인의 순소득에 대해 법인세 과세를 면제하는 대신 순소득이 배당되었다고 간주하여 개인소득세로 과세함으로써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자본시장의 발달로 인해 소유분산이 잘되어 있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실재설의 법논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이중과세의 문제보다는 법인과 개인기업간의 세부담 형평성을 더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반면에, 유럽 및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소유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소유주가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의제설의 법논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미 재무장관의 법인세 폐지에 대한 검토가 미국 IRS가 법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법인세가 폐지되면 이중과세 문제가 없어지게 되므로 법인기업과 개인기업간에 세부담의 차이도 없어지고, 조세로 인한 경제왜곡 현상도 축소되어 법인의 투자활동이 촉진될 것이다. 법인세 폐지로 인하 일시적인 세수 감소는 배당소득의 증가로 인한 개인소득세의 장기적인 세수 증가로 만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 이후 전세계의 자본시장이 하나가 되면서 자본과 더불어 기업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기업간 경쟁과 더불어 국가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최근 다국적기업들이 세부담 완화를 위해 조세회피처(tax haven)로 본사를 이전하는 현상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으며, 자국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각 국가들은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지속되면 법인세의 존재는 무의미해지게 되며 궁극적으로 법인세는 폐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각 국가들은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세경쟁으로 인해 소득세 및 법인세의 세율을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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