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인들이 입국하다 체포되는 일이 잦다는 기사를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다. 수년 전에 있었던 경범죄 기록, 그것도 유죄확정도 아니고 기소 또는 체포 경력만으로 수일 내지 수주일씩 연방 형무소에서 콩밥을 먹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9·11사건 이후 일고 있는 미국인 우선주의 바람의 여파다. 한인들이 이런 지경인데 중동지방 출신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추세가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 된다. 한인타운의 한 이민전담 변호사는 현 상황 하에서 영주권자는 사실상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것을 보 았다.
몇주 전 독립성을 자랑하는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이 이민 문제와 관련한 보도에서 미국의 중서부 지방의 주민과 인터뷰를 하는 것을 들으며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던 기억이 난다.
약 50줄에 든 평범한 미국인 아저씨가 하는 말이 자기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미국에 대한 충성심은 믿을 수 있으나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귀화한 시민(Naturalized Citizen)의 충성심에는 미안하지만 확신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났다 해도 적국인의 후예는 믿을 수 없다거나 더 나아가 백인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선까지 가는 데에 몇 단계나 걸릴 것인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 수용소에 수용했던 전력이 있다.
그 억울함 속에서 미군에 지원했던 일본계 젊은이들로 구성된 부대는 유럽 전선에서 처절하리 만큼 장렬하게 싸워 미국 역사에 부대 단위로 보아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부대원의 희생이 많았을 뿐 아니라 최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는 기록을 세 웠다.
미 의회가 그 때 강제수용을 하였던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그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역사는 참으로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이미 악의 축의 일원으로 지명된 북한의 원자탄 개발 문제와 관련하여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경우, 과연 한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어떠한 처우가 내려질지 염려가 된다면 신경과민일까?
문제는 누구보다도 부시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진정한 미국의 건국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있는 데 있다고 본다.
겨우 200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가진 미국인들이 세운 업적 가운데에 5,000년의 세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것 중 한 가지를 든다고 하면 아마도 미국의 헌법이라고 하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을 포함하여 미국 관리들이 잊고 있는 것은 미국 헌법이 일관되게 보호하는 것은 개인(Person)의 권리이지 시민(Citizen)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헌법을 기초할 당시 시민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개인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는 시민이라는 단어를 주의 깊게 사용하고 있다. 신앙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개인의 인권을 찾아 미국의 선조는 대서양을 건너 와 나라를 세웠고 개인 인권의 보장은 미국의 근본적인 건국 정신이었다.
그 정신을 기반으로 하여 미국은 핍박받는 세계인들에게 이민의 문을 열었고 그에 응하여 찾아온 이민들의 생동력으로 이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외국인 테러 용의자들을 기소 없이 무기한 감금하고 비밀 군사법정에서 재판하겠다는 결정을 필두로 하여 외국 유학생의 동태보고 의무, 강화된 입국 비자 심사, 영주권자는 주거지 보고를 하여야 한다는 결정 등 계속되는 반 외국인 추세와 정책이 공화당이 이제 3부를 장악하게 된 연방 정부 하에서 언제 어디서 끝날지, 또 공화당 일각에서 목에 힘께나 주는 한인 인사들이 그 점에 한 가닥 생각이나 해보고 있는지 걱정을 떨칠 수 없다.
김철회 법정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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