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이 들어서면서 좋은 소식들이 연달아 들려온다. 평소에 존경하는 어르신들의 자제들이 하나 둘씩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들과 같은 교회에서 성장해온 남편은 초대장을 받아들고 꼭 참석해서 축하해 줘야 한다는 표정이다. 분주한 마음으로 미리부터 주말 스케쥴을 조절하는걸 보니 말이다.
화사하게 꾸며진 식장 입구를 지나, 간간이 켜놓은 조명사이로 흩으러진 테이블위의 우아한 꽃바구니속에 부모님의 뜨거운 사랑이 숨쉬고있다. 진한 감사와 축복이 들어있다. 그리고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가 숨어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씻기고 먹이고 재우셨을까? 감기라도 걸려 밤새 열이 내리지 않으면 밤참 설치시며 끙끙대시던 날들, 다듬어지지 않은 버릇으로 실수를 할때마다 오른손으로 다듬어 주시고 상처 받을 까봐 왼손으로 얼러주시던 그 손길들, 남모르는 좌절감을 안고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참으셨을까? 지푸라기같은 희망과 기대를 안고 얼마나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계셨을까 ?
그래도 부모님들은 다 잊고 계신다. 아리고 쓰라린 그 기억들을. 뜨거운 눈물의 기도로 베개잇 적시던 그 기나긴 밤들을. 그래도 그분들은 대견해하신다. 가슴이 깍이는 밤톨만한 그고통들은 다 잊어 버리시고 도토리만한 작은성취에 큰박수를 보내주시면서 말이다. 그저 새가정을 이루는 지금 이순간까지 순탄하게 잘자라준 게 감사하다고, 자신의 자리를 잘가꾸며 행복하게 잘 살아가라고 축복하고 계신다. 부모의 손길이 더이상 닿지 못하는 자녀의 앞길에 절대자 하나님이 지켜주십사 간절히 기도하고 계신다.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되는 예식순서 그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앉아 있다. 봄날, 햇살가득한 창가의 상큼한 꽃처럼 풋풋한 미소를 한껏 머굼고 앉아 있다.
돌아오는 길, 남편이 중얼거린다." 걔네들은 착하고 복이 많아서 잘 살거야" 하객으로 초대되면 신랑신부의 신원파악에 급급하던 예전과 달리 그 부모님들에게 새삼 존경어린 시선이 머무는 건 이제야 철이 드는 걸까? 아니면 부모노릇 10년차의 어설픈 공감대일까?
오늘도 기도로 나의 삶을 붙잡고 계시는 친정어머님께 전화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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