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주 순례 (5) -
옷가지와 먹을 것 그리고 잠자리 등 의식주의 기본 바탕이 되는 구조물을 집(House)이라고 한다면, 가정(Home)은 가족이 모여 동기애(同氣愛)를 가지고 서로 화합하며 사는 축복된 둥지다. 집이 냉기(冷氣) 도는 싸늘한 냉방(冷房)이라면, 가정은 생기(生氣) 도는 쾌적한 스위트 홈이다.
「집에서 가정으로」(from House to Home), 이 운동은 20세기 후반기부터 시작된 「가족해체시대」를 맞아 유럽과 미국의 일각에서 가정이 인격의 틀을 잡아주고, 더불어 같이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는 “베이스 캠프"(Base Camp)임을 주장하면서 일어난 세기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자녀 잘 못 키웠다"는 미국인 부모 대다수의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미 우리 한인 사회에서 제기된 같은 우려와 서로 마주치면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퍼블릭 어젠더(PA)가 10대의 자녀를 둔 전국 미국인 부모 1,6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의 부모가 자녀에게 자율(自律)과 자기통제(自己統制)를 가르쳤지만 원했던 10명 중 7명의 부모가 기대한 만큼 잘 키우지 못했고, 10명 중 9명의 부모가 정직(正直)한 자녀가 되기를 원했지만 원했던 10명 중 6명이 이에 실패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응답자 중 반 이상의 부모가 부모 세대보다 자녀교육을 잘 못 시키고 있음을 시인하였다.
이 통계에서 우리의 자녀관(子女觀)과 다른 관심사는 세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부모 대다수가 자율(Self-regulation)과 자기통제(Self-control) 즉 ‘스스로 하기와 스스로 일어서기’를 자녀에게 원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다수의 미국 부모가 퓨리터니즘의 한 축인 정직(正直)을 자녀에게 주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셋째는 대다수의 미국의 부모 자신들이 자기 부모 세대보다 자녀교육을 잘 못 시키고 있음을 진솔하게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자녀들이 자율과 자기통제를 잃고, 정직하지도 못한 체 도도하게 흐르는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재연된 운동이 「집에서 가정으로」 즉 집을 가정으로 승화(昇華)시키자는 「H to H 운동」이다. 자녀들은 단순한 집이 아닌 가정 내에서 부모의 표정을 바라보고 인생을 배우며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가정은 흩어져서도 안되고, 저녁 식사 때만 몇 마디 말을 주고 받는 “저녁 식사 가족"(Dinner table family)"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가정은 미완성 자녀에게 틀을 잡아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자녀가 가정이 아닌 냉기 도는 집에서 흩어진 날콩처럼 자란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문제 있는 자녀는 문제 있는 가정의 작품’이란 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자녀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여러 가지 지혜와 교훈을 가정에서 배운다.
어머니의 따듯한 마음씨에서 ‘사랑’을 배우고, 아버지의 강직한 태도에서 ‘정의(正義)와 정직(正直)’을 배우고, 형제자매의 동기애(同氣愛)에서 ‘협동정신’을 배우고, 서로 대화하고 웃고 즐기는 화목 속에서 ‘이해와 단결’을 배운다. 그리고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는 생활에서 ‘예의와 질서’를 배운다.
가정이 제구실을 못했다는 것은 이같은 여러 가지 배움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2년 1월, 워싱턴주 신호범(Paul H. Shin) 상원의원이 이곳 멤피스에 초청되어 “21세기 코리안 아메리칸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2세들과 그 부모에게 이런 얘기를 한바 있다. 「여러분에게 하고싶은 말은 첫째 꿈을 갖는 일, 둘째 열심히 공부하는 일, 셋째 올바른 신앙인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인생의 성장과정에서 가정은 학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얻은 나의 결론은 “가정이 사람을 키우면 그 사람이 가정을 키우고, 나라가 인재를 키우면 그 인재가 나라를 키운다"는 말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돈을 덜 벌더라도 자녀들과 진솔한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것이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고, 자신도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돈을 벌어 안정이 된 다음 가정을 돌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이미 자녀들이 자라서 마음과 습관이 굳어지고 만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순간 순간을 자녀들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는 것, 이것이 우리들 이민 생활에서 최우선 순위가 되었으면 한다. 돈은 우리를 기다릴 수 있지만 자녀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음산한 낙엽의 계절, 우리 다 같이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지금 집에서 살고 있나, 가정에서 살고 있나…”
/ikhchang@aol.com
멤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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