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많이 먹기’주의는 경제원리의 오도 현상인가? 아니면 인류학자들의 주장처럼 장래 생길지도 모를 굶주림에 무의식적으로 대비해 음식을 저장하려는 동물 본능적 행위의 발로인가? 여하튼 음식의 값과 양과 몸무게간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뚱보세계 연출의 공범으로 외식이 꼽힌다. 1970년에는 가계 식비예산 중 약 4분의1이 외식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식비의 반이 식당대금으로 지출될 만큼 늘어났다. 식당 음식이 집에서 만든 음식에 비해 기름이 22%나 더 많다는 연구보고서도 있으므로 외식 횟수와 비만증도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공범으로 음식 먹는 속도의 가속화 현상이 지목되는 것도 흥미롭다. 요즘은 차 속이나 책상머리에 앉아서, 아니, 심지어는 뛰면서 먹는 사람조차 심심찮게 본다. 문제는 급하고 빠르게 식사를 해야만 하는 생활패턴의 변화이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빨리 먹다보면 위장과 두뇌간의 통신에 차질이 생긴다. 즉 만복감이 왔을 때 위가 두뇌에 그런 사실을 보고하면 뇌신경을 통해 그만 먹을 것을 명령하게 돼 있는데 게 눈 감추듯 해치우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틈이 없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위로부터 뒤늦게 두뇌에 보고가 들어갈 때는 이미 늦게 된다. 먹을 당시는 모르다가 시간이 한 30분쯤 지난 후에 배가 터질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그래서 빨리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과식을 하기 쉽고 그 결과 체중이 위험스럽게 불게 된다. 식사를 오래 앉아서 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사람들이 재빠르게 해치우는 미국인들보다 비대한 사람 비율도 낮고 비만증에서 생기는 각종 부작용도 덜하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빈자리만 나면 들어서는 군것질 벤딩 머신, 그리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정크 푸드 광고 홍수도 비만증가 추세에 한 몫 한다. 이런 군것질 꺼리들은 대부분 짜거나 단 것들로‘웃으며 먹는 독약’이나 다름없다. 설탕을 얼마나 퍼부었는지 한 조각만 먹어도 속이 느끼한 케이크는 혈당 양을 순식간에 높였다가 떨어뜨림으로써 심한 현기증을 느끼게 하며 다음 끼니도 폭식하도록 반 강요한다. 그러나 다이엇 식품인 과일, 야채, 호두 등을 먹고 난 후는 속이 한결 가볍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몸에 나쁜 단 것과 기름진 음식을 왜 기를 쓰고 찾게되는 것일까? 달고 기름진 먹을 것들이 도처에 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장사꾼들은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뿐이라는 강변도 일면 타당하기 때문이다. 실험실 쥐를 대상으로 건강음식과 기름이 많이 함유된 고 칼로리 음식을 나누어서 먹여보았더니 건강음식을 주었을 때에는 적당량만을 먹은 뒤 물러섰으나 기름진 사료는 몸무게가 세배나 불어날 정도로 과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사람도 배고플 때를 대비해서 고 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동물 본능이 작용하고 있다는 논리가 정답일는지도 모른다.
비만증은 본인에게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질병과 단명 등의 피해를 주지만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성인용 의자 넓이는 18인치가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극장이나 버스 좌석까지 몇 인치 더 넓어졌다고 한다. 최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좌석 하나로는 부족한 뚱보 승객들에게 2인분 요금을 부과한다는 새 요금 정책을 공식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 뚱보협회(American Obesity Association)는 항공사 측에 이를 정식 항의하는 한편 법정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분을 못 삭여한다.
미국인들은 소송을 밥먹듯 한다. 폐암환자들이 자의로 택한 끽연으로 생긴 질병을 놓고 담배회사들을 고소했듯이 뉴욕의 한 뚱뚱이는 자신이 두 번씩 경험한 심장마비가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등 패스트 푸드 회사들의 잘못 때문이라며 모두 싸잡아 고소한 우스꽝스런 실화도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