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를 겨냥한 미사일 테러가 현실화했다. 27일 케냐 뭄바사 국제공항을 이륙한 이스라엘 아르키아 항공 소속 보잉 757 여객기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러시아제 SA-7로 밝혀졌다. 미사일 공격은 하이재킹이 주류였던 대 민항기 테러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을 우려가 커졌다.
휴대용 견착식 지대공(SAㆍsurface-to-air) 미사일인 SA-7의 러시아식 이름은 스트렐라-2다. 1967년 구 소련 당시 양산된 이 미사일은 당초 레이더를 피해 저공 비행하는 전투기나 헬기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였다. 지금도 체첸 반군들이 러시아 헬기를 공격할 때 많이 사용하고 있다.
휴대용 견착식 미사일이 위협적인 것은 소형이라 사전에 들키지 않고 공격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SA-7은 발사관과 미사일 동체를 포함한 전장이 1.5㎙에 불과해 골프 가방에도 숨길 수 있다.
테러 발생 후 공항에서 약 2㎞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 발사관 1개와 미사일 케이스 2개가 발견됐다. 테러범이 경비가 심한 공항 구내를 피해 인근 지역에 잠복했다가 이륙 직후의 항공기를 노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SA-7과 개량형 SA-9 미사일을 알 카에다 등 테러집단이 조직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CNN 방송은 28일 알 카에다가 SA-7 미사일 사용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해 조직원을 교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A-7, SA-9 미사일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의 한 관리는 심지어 “슈퍼마켓에서도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휴대용 견착식 미사일이 세계적인 밀매 시장을 이루고 있다고 경고했다.
SA-7은 적외선 열추적 방식이긴 하지만 유도장치가 정교하지 못하고 구식이라 장거리에서는 명중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반군에 제공한 같은 견착식의 최신형 스팅거 미사일은 고도의 명중률을 갖고 있어 이것이 테러범들에게 들어갈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미사일을 이용한 민항기 테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은 1998년 자프나 반도에서 SA-7로 추정되는 미사일로 여객기를 격추시켜 승객 5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군용기를 표적으로 휴대용 견착식 미사일이 발사됐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이번 테러에서 미사일이 빗나간 것은 테러범들의 훈련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목표가 된 아르키아 항공이 이스라엘 국영 엘알 항공 여객기처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전투기에서처럼 섬광탄을 비롯한 표적 교란용 시스템을 민항기에 장착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다 막아낼 시스템을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어 시스템을 장착한다 하더라도 속도가 느리고 덩치가 큰 민항기는 여전히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공항 주변의 정보수집 능력과 보안강화가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배연해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