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우체국에 가는일이 매우 즐겁다. 때마다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싸서 보내주시는 소포 찾으러 갈때 참 행복하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건 그것뿐 만이 아니다. 그 아줌마의 여유있는 미소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눈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능동적으로 손님을 대하는 표정이 지금까지 보아온 여느 오피스 직원의 그것과는 다르게 기분좋게 느껴진다. 자신감 넘치는 한국여성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이름도 성도 모른다. 나는 그분을 ‘아줌마’라 부른다. 그분의 외모는 30대를 능가하는 젊은 자태이지만 우체국에서 잠깐잠깐 스칠때마다 아줌마의 푸근한향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민생활의 선배로서 이것저것 정보도 제공해주는 아량도 그렇고 말이다. ‘아줌마’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는 요즈음 통용되는’언니’의 그것보다 어딘지 모르게 넉넉하고 정스럽다. 따뜻한 고향같다. 오래 입어 편안한 옷가지같다.
10여년전 아파트 창가를 통해 내려다본 ‘미국’이라는 나라의 첫인상은 꽤 힘겨워 보였다.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는 얼굴들, 이 넓은 나라에 살면서도 당당함이나 여유와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듯한 모습들, 비오는 날 어디론가 향하여 말없이 질주하는 차들처럼 꽤 차가워 보였기 때문이다. 밝고 활발하게 대하는 나의 모습이 무척 쑥스럽게 느껴졌으니까. 유명디자이너들이 공들여 만들었을 귀티나는 차림새와 유치한 언행들이 무척 촌스럽게(?) 매치된다고 느꼈으니까. 그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인생을 엮어 가야한다는 것이 몹시 역겹고 답답하고 부담스러웠으니까.
그분을 만난건 내겐 기쁨이었다. 내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선 나의 세계에 그만큼 적극적이고 힘차게 헤쳐 나가는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 감사했다. 나의 옹졸한 생각을 바꾸어 버릴 만큼의 대단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가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고급스런 치장만큼 마음도 고급스럽게 세련되게 가꾸어 가고 싶다.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아줌마로 살아 가고 싶다. ‘내가 만약 어떤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면, 그에게 있어 나의 삶은 결코 헛되 않을것입니다.(칼릴 지브란).’ 삶의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넣어줄 수 있는 넉넉하고 따뜻한 아줌마로 세월을 하나둘씩 접어 가고 싶다. 그 우체국 아줌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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