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LA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여론을 시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시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고 있는 주민의회(Neighborhood Council) 설치작업이 시전역 100여개 지역에서 진행중인 가운데 한인타운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는 55지역구(가칭 그레이터 윌셔 주민의회)도 정관제정 등 골격 갖추기에 여념이 없다. 23일 회의에서는 의회를 이끌어 갈 이사회 인원배정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영향력 확대를 위한 거주자와 단체, 비즈니스 소유주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였다. 이 추세라면 내년 2월께 정관제정이 마무리되고 약 3개월간의 공청회 과정과 시의회 승인절차를 거쳐 내년초 본격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주민의회는 각종 개발계획이나 정책에 관해 관련 주민들의 여론을 직접 시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게 됨은 물론 공인된 압력기관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고 각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놓고 타운 앞마당에서 협의가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의 무관심은 스스로를 놀라게 만들 정도로 전무한 실정이다. 비록 한미연합회(KAC)와 한인건강정보센터(KHEIR) 등 1.5세 단체 대표들이 깊숙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만으로 한인사회의 여론을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55지역구의 인구는 약11만명, 이중 20%가 한인이다. 여기에 유동인구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상 30%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수치적인 논리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한인사회가 모든 일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인타운에 상징물을 짓고 굵직한 사업계획을 유치하는 것도 타운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지만 전반적인 관리와 운영의 바탕이 되는 행정에서 밀린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인타운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그만한 힘과 역할이 있어야 한다. 나중에 주민의회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때 구차한 변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오히려 타 커뮤니티로부터 손가락질만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부터라도 한인사회가 나서야 한다.
준비모임에 관계하고 있는 한 1.5세 젊은이는 “한인사회가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처럼 관심이 저조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뿐”이라며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과 계획이 주민의회에 의해 거부되는 사태를 상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성 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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