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은퇴한 신부님 매주새벽지폐뭉치 들고 스키드로우 행
매주 일요일 새벽 스키드로우의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있다.
올해 83세의 모리스 체이스 은퇴 신부가 주인공이다. ‘스키드로우 구제 펀드’ 대표인 그는 지난 20년 동안 한결같이 일요일 여명이 밝아지면 LA 시청에서 불과 3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숙자 거리’ 스키드로우에 나타난다. 빈손이 아니다. 그의 손에는 항상 빳빳한 1달러짜리 지폐뭉치가 들려 있고 그는 몰려드는 노숙자들에게 1장씩 나눠준다.
추수감사절을 앞뒀던 지난 24일에는 무려 3,000달러가 넘는 현금을 마련해서 세 군데에서 10시간에 걸쳐서 나눠줬다. 1달러짜리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안부인사와 함께 축복기도까지 해주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무려 20년을 해오는 바람에 노숙자들은 그를 ‘파더 달러 빌’(달러지폐 신부)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그것도 줄여서 ‘DB’라고 한다. 그가 탄 흰색 도요타가 양쪽에 성조기를 꽂고 나타나 5마일 속도로 지나가면 수많은 홈리스들이 손을 흔들며 ‘아버지를 찾은 아이들’처럼 그 뒤를 따른다.
순식간에 수백명이 줄을 서고 체이스 신부는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그들의 더러운 어깨에 손을 얹거나 포옹을 한다. 이름이나 고향 등을 묻는 간단한 대화 후 그는 호주머니에서 1달러(때때로는 2달러)를 꺼내서 준다. 대부분의 홈리스는 1달러 지폐만 가로채듯 해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체이스 신부는 눈과 눈을 맞대고 묻는 안부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축복의 말, 악수를 통한 교감 등이 그들의 한 켠을 따뜻하게 터치하고 언제가 될지 모를 변화의 물꼬를 트게 된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 많은 홈리스들이나 스키드로우지역 자선단체 관계자들도 “체이스 신부의 터치는 사람의 손길이 뭔지 잊어버린 거리의 사람들에게 신비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체이스 신부가 이일을 처음 한 20년 전에는 400~500달러 정도를 매주 일요일 나눠줬다. 그러나 1달러나마 필요한 노숙자들은 점점 늘어났고 따라서 그 액수도 1,000~1,500달러로 증액되었다가 요즘은 최고 4,000달러까지 준비하고 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기간에는 그는 5달러와 2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주기도 한다. 정말 필요한 노숙자들에게는 100달러 지폐도 나갈 때가 있다. 때로는 체이스 신부의 돈을 갈취하거나 강탈하려는 행위도 시도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고 한다.
체이스 신부가 홈리스에게 나눠주는 돈은 모두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젊은 시절 그는 로욜라 메리 마운트 대학의 발전기금을 모금하는데 앞장섰다. 20년 전 시작한 그의 스키드로우 자선 프로젝트 기부자 명단에는 그 당시의 메리마운트 대학에 돈을 내던 기부자들 이름이 그대로 올라 있다. 밥 호프 부부, 디업인 엘리 브로드, 배우 그레고리 펙 부부,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 부부 등이 그들이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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