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뒤뜰 상수리 나무.
이웃 나무들은 서둘러 새 옷을 입으려는 몸짓으로 새 움을 틔우는데 아직 지난해 낙엽도 떨구어 버리지 못한채 봄바람에 스산한 낙엽소리를 내며 봄을 부르는 시늉을 한다.
동풍이 봄기운을 동반할 때 새 움이 싹트고 볕이 뜨거우면 녹음이 짙게 드리워지고 찬 바람이 비벼대는 계절이 돌아오면 따뜻한 가슴끼리 먼 길 떠날 채비를 해야한다. 체념과 포기 여태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상수리나무는 묵은 정(情)을 버리기 아쉬워 못내 껴안고 있다.
굴러다니다 쌓인 수북한 낙엽들이 소리지른다. 낙엽이 되는 것은 결코 마지막이 아닌 먼 여로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일러준다. 인생의 여정도 나무를 닮았음을 상수리나무 곁에 늘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가 귀뜸해 준다.
가장 적당한 때에 떠날 줄 아는 지혜가 우리에게도 늘 필요하다. 굽이굽이 흐를 때, 멈추어야 할 때, 또 휘어 돌아갈 때. 때를 깨닫고 때를 읽으며 움직일 때와 쉴 때를 선명히 판별해야 하리라. 낙엽되어 지냈어야 할 지난 겨울도 이미 꼬리를 감추었는데 새순이 돋아날 자리를 비켜 주었어야 한다. 화려했던 지난 여름 풍족했던 비와 찬란한 햇살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어무름은 무모한 낭비일 뿐 초록잎의 배역은 끝났으미 비켜주자. 그리고 동류들과 함께 새로운 여로를 만나야 하는게 아닐까. 상수리 나무는 도토리를 무성하게 매달면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여름내 열매를 위해 빛과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때가 되면 낙엽으로 떠나주는 것과 낙엽으로 떠나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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