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매춘 등 피해자 매년 급증
도움 못받고 범죄자로 매도 악순환 불러
연방법무부 등 치안당국 대책 마련 부심


질 레이튼은 신시내티 샤핑몰을 헤매다 먹이감을 물색 중이던 뚜쟁이에게 걸려들었다.
레이튼에게 접근한 멋쟁이 남성은 그녀의 용모를 침이 마르게 칭찬한 뒤 “너 정도의 인물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꼬드겼다.

6주전 집에서 쫓겨나 꼼짝없이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린 레이튼(당시·14세)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뚜쟁이 차에 올라타 LA로 건너온 레이튼은 이후 4년간 강요된 섹스와 심한 구타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매춘아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동 매춘을 미국과는 무관한 ‘먼 나라의 이야기’로 여기고 있으나 레이튼처럼 성노예로 생활하는 미국인 어린이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 매춘 문제는 최근 치안 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연방법무부가 이를 다루기 위한 전국 회의를 13일 워싱턴에서 개최했고, 지난주에는 뉴욕 시의회에서 이에 대한 특별 청문회가 열렸다.

검찰도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7월 애틀랜타에서는 뚜쟁이 2명이 10세 어린이들에게 매춘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에 가까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알려진 사례는 미국에서 성행하는 아동 매춘 실상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자세한 통계는 없으나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매년 수만명의 북미 어린이들이 아동 포르노, 매춘,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건 포틀랜드의 한 관계기관은 포틀랜드 지역 아동인구의 7%가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1998∼99년의 5%에 비해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피닉스 지역의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매춘 아동 인구가 무려 1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뉴욕시의 경우, 경찰은 매춘 아동이 15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운동가들은 1,000∼5,000명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피해를 당하기 쉬운 어린이들이 폭력적인 가정에서 가출한 어린이들이나 무숙자 어린이들로 이들에게는 매춘이 음식과 주거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매춘부인 엄마를 따라 섹스산업에 들어가는 어린이들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 어린이들도 비싼 옷을 사거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래 소년들에게 몸을 파는 것으로 펜실베니아 연구에서 나타났다.

레이튼은 매춘 생활을 4년간 견디다가 18세 생일을 앞두고 라스베가스로 도망갔다. 레이튼은 곧 데니스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지긋지긋한 매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공항 검색관으로 일하는 레이튼은 자신과 같이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탈출’(ESCAPE)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레이튼은 그래도 자신은 운이 매우 좋은 사례라고 말한다. 많은 매춘 아동들이 피해자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범죄자로 매도돼 매춘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레이튼에 따르면, 체포된 매춘부 어린이들은 대체로 포스터 케어에 맡겨지지만 일부는 전과기록에만 오르고 길가에 다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편 관계자들은 당국이 매춘부 뿐 아니라 아동 매춘부를 찾는 ‘고객’들에 대한 단속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